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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문서 반환 위해 끝까지 싸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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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프랑스 함대가 조선왕조의 가톨릭 탄압을 빌미로 강화도를 침범한 병인양요(1866년) 때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소송이 2라운드로 넘어갔다. 문화연대는 24일 프랑스 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문화연대 측 소송대리인인 김중호(45·사진) 변호사는 25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경과와 향후 전망을 이야기했다. 김 변호사는 프랑스 법무법인 ‘알레리옹’의 싱가포르 지사장이다.

-이길 가능성이 있나.

“관점에 따라 다르다. 1심이 기각된 건 패소라고 볼 수도 있지만, 프랑스 법원에서 ‘약탈’임을 공식 언급한 것은 승리라고 본다. 프랑스 정부 측 대변인이 법원 심리에서 ‘취득 방법에는 양도·매매, 불행하지만 약탈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유하고 있으므로 우리 재산’이라며 사실상 약탈을 인정했다. 그 부분은 판결문에도 인용됐다.”

-프랑스 법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재산이라고 판결한 것 아닌가.

“외규장각 도서는 병인양요 당시 중국 주둔 프랑스 극동함대 소속 피에르-구스타브 로즈 제독이 프랑스 정부의 사전 허가없이 약탈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당시 로즈 제독에게 ‘당신이 이미 행동을 했으나, 프랑스 정부를 관여시키지 말라’고 통보한 바 있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문화재는 프랑스의 국유재산이 될 수 없다. 원주인인 조선왕조, 그 승계자인 대한민국의 국유재산이다. 외규장각 문서는 약탈된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우리는 소유권의 완전한 반환을 위해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겠다.”

-국제협약 체결 시점도 논점이다.

“프랑스는 문화재 반환에 대한 각종 국제협약이 1954년 헤이그협약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에는 소급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종학살이나 전범 등 반인권적 범죄엔 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문화재 약탈 및 반환에 대한 국제 협약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간에 정치적으론 시효를 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도덕적 의무는 소멸하지 않는다.”

-2심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항소장을 제출했으니 당분간 프랑스 정부의 답변이 오길 기다려야 한다. 1심에 3년이 걸렸지만, 2심은 그보다는 단축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소송에 변호사 5명 이상을 투입했다. 어깨가 무겁다. 프랑스 동료들도 ‘잘 해보라’며 격려해준다. 시민단체가 성금을 모아 한 나라의 정부를 상대로 문화재 반환소송을 건 전례가 없기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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