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31. 줄지않는 음식물 쓰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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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친구들과 함께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런데 식사 후 일어나면서 보니 남긴 음식이 밥과 찬을 합쳐 3분의 1이나 됐다.

한식의 특성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너무 심했다.

평소 나는 식사 때마다 '음식을 남기면 나한테 혼난다' 며 엄포를 놓곤 한다.

하지만 나쁜 습관이 몸에 밴 탓인지 음식 잔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한참 전 미국에서 공부하던 때다.

그곳 사람들은 어찌보면 야박하게 느껴질 만큼 접시를 싹싹 긁어 먹었다.

뷔페식당 등에서 혹시 음식을 남길라 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사실 뷔페식당은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만 덜어 먹어 경비를 아끼고 음식 쓰레기도 줄이자는 취지로 생긴 게 아닌가.

그러나 국내에서는 뷔페식당에서조차 많은 음식 쓰레기를 내고 있다. 양곡 자급도가 30%를 밑도는 나라에서 참 한심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이렇다 할 정부 대책도 없다. 음식쓰레기는 음식 자급률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1990년대에 이미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열량 공급량과 섭취량의 차이, 즉 손실률이 35%를 넘어섰다.

유통과정에서 쌀이 버려지는 비율은 5.3%다. 일본의 2.8배에 해당한다. 1인당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4백70g으로 미국의 3배, 일본의 1.5배에 달한다. 소득이 그들보다 훨씬 낮은데도 음식물을 마구 버리고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는 위기 상황을 겪었고 지금도 경제가 어렵다. 그런 처지에 매년 9조원을 식량 수입에 쓰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비율이 전체 식량 공급량의 30%에 달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특히 날로 농업이 위축되고 있는 요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식의 '간접 증산' 은 절박한 생존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식량 수확 후 손실률을 50%로, 음식물 쓰레기를 3분의 1로 줄이면 국내 식량 자급도는 54%로 높아진다. 유통과정의 식량 손실은 기초를 다지는 성실한 자세로 임하면 반드시 줄일 수 있다. 흘린 밥알 하나라도 주워먹고 아꼈던 심정으로 돌아가자. 식생활 기초도 기초 아닌가.

권태완 <인제대 식품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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