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사료 먹인 소'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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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보건기구(WHO)는 광우병의 원인은 '재활용된 사료' 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는 1986~91년 영국에서 역학조사를 한 결과 광우병의 급속한 증가는 오염된 물질을 가축사료로 재활용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이에 따라 1월부터 동물성 사료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초식 동물인 소의 발육을 촉진하기 위해 육골분 등 동물성 재활용 사료를 먹인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주의자들은 풀을 주로 먹는 소의 식습관을 인위적으로 바꿔 소의 체내에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등 자연의 원리를 거스른 것이 광우병을 불렀다고 비난한다.

EU에서는 앞으로 소.양은 물론 돼지 등에도 동물성 사료를 먹일 수 없다.

식물성 대체 사료를 사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말 한 소 사육농가(1천2백22마리 사육)가 육골분을 소량(마리당 5.5g) 먹인 사실이 밝혀지자 사료업체(퓨리나 밀스사)가 소를 전량 사들여 격리시켰다.

미국은 동물성 사료 사용기록 보관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벌써부터 있었다.

서울대 동물자원과학과 한인규(韓仁圭)명예교수는 지난해 국회에 "남은 음식물을 사료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음식물 찌꺼기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韓명예교수는 4일 "남은 음식물을 사료화하는 발상은 가축의 영양결핍을 초래할 뿐 아니라 수입 쇠고기나 부산물이 함유된 음식물 쓰레기를 소의 사료화할 경우 광우병 유발 위험도 있다" 고 말했다.

또 "광우병 공포가 전세계에 퍼지고 있는 시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화한다는 위험한 발상을 하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 고 덧붙였다.

서울대 농대 동물자원과학과 하종규(河鍾圭)교수는 "닭.돼지 등 위(胃)가 하나인 동물에게는 음식물 찌꺼기 사료를 주어도 문제가 없지만 소.양.염소 등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의 사료에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에서는 광우병 예방 차원에서 어분(魚粉)까지도 소 사료로 쓰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고 전했다.

인간광우병(vCJD)문제를 담당하는 국립보건원도 음식물 쓰레기 사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보건원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 사료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농림부에 문의했는데 '돼지에만 사용하고 소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는 답변을 들었다" 고 말했다.

남은 음식물을 소의 사료로까지 이용해 보려 했던 것은 우리가 너무 많은 음식물을 쓰레기로 버리고 있는 현실만을 주시했기 때문이다. 하나만 보고 둘은 몰랐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는 사료보다 퇴비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부는 4일 캐나다.미국에 이어 브라질산 소 등 반추 가축과 그 생산물에 대해 이날부터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 음식물 쓰레기 사업〓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약 1만1천6백t이 버려지고 있다. 연간 약 8조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사료.에너지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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