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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2030년까지 원전 80기 수출 목표” … 풍력발전도 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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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중국 네이멍구(内蒙古) 지역에서 운영 중인 풍력발전 단지. 한전은 네이멍구와 간쑤성에서 모두 2.6GW 규모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단지를 운영하는 중국 최대 외국계 발전사업자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공사 김쌍수 사장은 최근 들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데 한전이 주요한 동력이 될 것”이란 말을 자주 한다. 10년 넘게 국민소득이 2만 달러 부근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없기 때문인데 한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산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런 자신감은 지난해 발표된 ‘KEPCO 2020 뉴 비전’에 구체화돼 있다. 현재 35조원 규모인 총 매출을 2020년까지 85조원 수준으로 늘려 세계 5위 수준의 전력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화력 위주의 사업과 함께 원전·풍력·스마트그리드·해외 발전소 건설·자원개발 등 새로운 사업단위를 키워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고 수출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한국형 원전 수출은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인 APR1400 4기 수출계약을 따낸 것이다. 한전은 이 계약이 중동 인접국이나 아시아 국가들로의 수출길을 열어줄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 인도와 터키·요르단 등에서 한국형 원전 수출 계약이 진행 중에 있다. 한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세계에서 1000기의 원전이 건설될 전망”이라며 “2030년까지 약 80기 정도를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5%가량의 핵심기술도 완전 국산화해 명실상부한 원전 자립과 수출산업화를 이룬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는 한전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선두주자다. 스마트그리드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계통을 지능화하고 소비자가 전력소비가 가장 적은 때를 택해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상당수 국가들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한전은 이를 뛰어넘어 상용화를 모색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 제주도 구좌읍 일대 6000가구를 대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는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수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일리노이주 스마트그리드 시범도시 구축에 참여하기로 한 데 이어 호주 정부가 시행하는 100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에도 뛰어든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내년부터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수익을 내기 시작해 2020년에는 3조5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1990년대부터 해외 발전소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5년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복구 및 운영사업을 따낸 데 이어 이듬해에는 당시 세계 최대의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이었던 필리핀 일리한 가스복합 화력발전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중동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넘어 호주나 아프리카에서도 발전소 건설·운영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화력발전과 함께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전은 이미 중국 간쑤(甘肅)성과 네이멍구에서 총 519㎿의 풍력발전 설비를 운영함으로써 중국 내 최대 외국 풍력발전사업자가 됐다. 올 들어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2.5GW 규모의 풍력·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60억 달러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 밖에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초고압 직류송전(HVDC),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초전도 기술 등 다른 녹색전력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한국형 원전 기술까지 포함해 8대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2조8000억원을 녹색기술 개발에 쏟아붓기로 했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하면 현재 200억원 수준인 녹색분야 매출이 2020년에는 700배인 14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한전은 기대하고 있다. 2020년 전체 매출의 16.5%가 녹색기술 분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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