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우는 예술 '예술사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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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예술은 어렵다. ' 이 말은 벌써 오래된 '진리' 다.

이 말 속에는 예술은 지고(至高)한 그 '무엇' 이어서 장삼이사(張三李四)같은 우리네가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연극 한편을 보거나 미술관을 드나드는 것을 도살장에 끌려가는 일처럼 죽을 맛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은 장구한 예술의 역사에서 보면 대단한 난센스다. 적어도 서양의 르네상스 이후에 형성된, 귀족적 가치관의 산물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예술가는 우리네와 똑같은 '보통사람' 으로 여겼으며, 예술은 그 보통사람이 만든 기예(技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예술의 창조자들은 진짜 보통사람보다는 예민한 감각과 영감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미 60여년 전에 나온 이 책은 '예술을 위한 예술' 에 일대 반기를 든 지성사의 큰 업적이다.

예술을 독립적 영역이 아닌, 사회경제적 조건 하에 전개된 하나의 현상으로 본 저자의 시각은 이른바 1970년대 '신미술사학' 의 선구가 됐다.

예술과 세속의 경계가 없듯이, 저자의 글쓰기 또한 독자와의 벽이 없다.

풍부한 예증을 통해 세계 예술사(물론 90% 이상은 서구예술이지만)의 방대한 흐름(선사시대에서 클로드 드뷔시까지)을 정말이지 읽기 쉽고 재미 있으며, 손에 잡힐 듯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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