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뉴스] 연체액 18만4123원인데 … 0 세 개 더 붙여 전산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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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이모씨는 2002년 10월 휴대전화 선불카드 다단계 판매업체 H사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가입비 42만원은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D저축은행이 대납했다. 돈은 이씨가 매달 조금씩 은행에 갚기로 했다. 2003년 8월 말 다단계 업체가 부도로 쓰러졌다. 남은 잔금은 18만4123원. D저축은행은 2006년 6월 이씨의 연체액을 전국은행연합회에 등록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실수로 실제 연체금보다 1000배나 높은 1억8412만3000원을 등록했다. 이틀 뒤 이씨가 돈을 갚자 은행 측은 연체 정보를 삭제했다.

그러나 이씨는 신용카드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은행에서 대출도 해 주지 않았다. 전국은행연합회는 50만원 이상 연체한 대출건에 대해서는 모든 금융기관과 신용정보업체에 연체 정보를 제공한다. 이씨는 “잘못된 연체 정보를 등록하는 바람에 신용이 훼손됐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23부(부장 성백현)는 23일 이씨가 D저축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D저축은행은 이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연체 금액이 50만원을 넘으면 연체 정보가 모든 금융기관과 신용정보업체에 공유되므로 은행 측은 주의를 기울여 정확히 입력할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3월까지 한국신용평가정보가 잘못 입력된 이씨의 연체 정보를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산정한 것 등을 감안해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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