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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일문일답] “모두 기적 … 다음엔 크라머와 제대로 붙어 이기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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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모두가 기적이에요.”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행운의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표정관리가 안 됐다. 이승훈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것도 기적인데 먼저 골인한 크라머 선수까지 실격되다니…”라며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획득한 소감은.

“어부지리 금메달 같지만 기분은 매우 좋다. 2위였다가 1위로 바뀔 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다음에는 크라머와 제대로 붙어서 꼭 이기고 싶다.”

-앞 조에 편성돼 부담은 없었나.

“너무 일찍 레이스에 나서서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보고 탈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기록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유럽 선수를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은.

“유럽 선수들은 다리가 길어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럴수록 자세를 많이 낮춰야 하는데 체력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지난여름 내내 스피드와 지구력 훈련에 열중했다.”

-보완점이 있다면.

“크라머는 장거리뿐 아니라 단거리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나는 단거리에는 약한 만큼 크라머와 같은 속도로 경기를 치를 수 있으면 재미있는 레이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크라머의 실격은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모르고 있다가 크라머가 경기하던 도중 감독님이 ‘크라머가 실수한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다. 크라머가 코스를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 그 이후부터 모두 잘못 탄 셈이 됐다.”

-친구인 모태범과 이상화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

“모태범과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서 내가 살짝 묻혔다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그런 게 더 큰 자극제가 됐다.”  

밴쿠버=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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