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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사단 '원대 복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개혁을 주도하며 '구조조정 1세대' 로 불린 민간 전문가들이 떠나고 있다.

금감원 김기홍(전 충북대 교수)부원장보와 정기영(전 계명대 교수)전문 심의위원, 홍사능(전 서울시립대 교수)정보관리국장은 다음달 초 모두 대학으로 복귀한다.

이에 앞서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맡았던 오호근 전 위원장과 이성규 사무국장도 지난해 말 자리를 옮겼다.

금감위 출범 때부터 구조개혁기획단 심의관을 맡아 5대 그룹 구조조정을 조율했던 서근우 국장도 이달 초 금감위 자문관으로 현업에서 물러났다. 徐심의관은 오는 6월께 금융연구원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환란 이후 발족한 금감위.금감원에서 기업.금융의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 칼을 직접 들었던 이들은 초대 금감위원장인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남다른 인연을 맺어온 공통점이 있다.

'이헌재 사단' 으로 불리는 이들은 개혁성을 바탕으로 원칙과 소신을 지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金부원장보는 삼성.교보생명을 상장할 경우 계약자 몫을 주식으로 나눠 줘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는 청탁을 거부한 채 한스종금을 원칙대로 처리해 훗날 문제가 된 진승현 게이트에서 결과적으로 금감원을 구했다.

鄭심의위원은 대우 회계장부를 낱낱이 뒤져 25조원의 장부 조작을 밝혀낸 회계 전문가다. 오호근 전 위원장과 이성규 전 사무국장은 1998년말 항공.석유화학.선박 등 5대 그룹이 내놓은 빅딜 안을 다시 짜오라고 돌려보냈다.

당시 정부.채권단과 조율해 통과될 것으로 믿었던 5대 그룹은 자구계획을 보완해야만 했다.

吳전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대우차 매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李전국장은 지난해 말 서울은행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85개 중견 대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두지휘한 두 사람의 퇴진은 기업퇴출 시스템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徐심의관은 국민의 정부 출범 전 비상대책위원회 시절부터 李전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삼성차 처리와 현대전자.LG반도체 합병, 대우차 매각 등 굵직한 현안을 조율했다.

이들의 일선 후퇴는 지난해 8월 李전장관의 퇴진과 개혁에 대한 피로감, 금감위의 위상 변화 등과 맞물려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란 직후부터 줄달음쳐온 구조조정이 한 고비 넘기면서 민간 전문가의 역할이 줄어든 때문" 이라면서 "이들의 개혁.원칙주의 성향이 공무원 조직과 조화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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