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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해외건설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1966년 태국 진출로 시동을 걸었던 우리 해외건설업은 35년간 1천6백37억달러를 수주해 2백57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연인원 2백93만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줬다.80년대초 제2차 석유파동 때는 국내 석유수입 대금의 40%를 해외건설 공사비로 조달했을 정도로 기여도가 컸다.

그러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평균 20∼30%씩 성장했던 해외건설은 외환위기 이후 수주활동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7년 1백40억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내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수주액이 지난해는 54억달러로 뚝 떨어졌다.최근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중동국가를 중심으로 공사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머물고 있다.

해외건설의 부진은 관련 업체들의 흥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도 따지고 보면 80년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받지 못한 10억달러 규모의 공사미수금이 촉발했으며, 동아건설 역시 리비아 대수로 공사 미수금 5억달러가 자금난을 부채질한 끝에 부도를 내기에 이르렀다.

◇신뢰도 추락이 문제=전문가들은 해외건설 침체요인으로

▶한국 업체들의 신인도 하락

▶시공사가 공사비 조달까지 책임져달라는 금융요구 조건부 공사에 대응력 부족

▶핵심기술력 부족

▶프로젝트 정보 미흡

▶개발도상국의 추격

▶발주국의 현지화 정책 강화 등을 꼽고 있다.

이 가운데 신뢰도 추락에 따른 피해가 특히 크다.해외건설협회 손문덕 지원실장은 "과거 추세대로라면 해외건설이 이제 성장기에 접어들어야 할 시점" 이라고 전제, “그러나 외환위기로 업체들이 신뢰도를 잃은데다 여건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현대 ·동아건설 사태와 건설업체들의 대규모 퇴출이 계속되면서 한국 업체들이 겪는 수주활동의 어려움은 극에 달했다.

지난 한햇동안에만 우리 업체들은 국제입찰 사전자격심사에서 6번이나 떨어졌으며,보증서 발급이 안돼 입찰을 포기한 공사도 16건이나 됐다.

또 건설회사가 낙찰을 받은 공사에 정부와 금융기관의 추가보증을 요구한 경우가 4건이며,신화건설 ·현대건설은 수주하고도 낙찰·계약취소를 당한 공사가 4건이나 됐다.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은 “신뢰도 문제로 지난해 수주하지 못한 공사가 현대건설만 해도 15억∼20억달러 상당에 이른다”고 말했다.

◇해외공사에 승부걸어야=전문가들은 영종도 신공항같은 국내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마무리시점이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건설시장은 건설시장 개방과 공공공사 국제입찰 의무화 추세 등에 힘입어 급신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해 2천억달러선이었던 해외시장 규모가 2005년엔 3천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지역에서는 고유가 영향으로 플랜트사업 발주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99년 1백45억달러어치였던 플랜트 발주규모는 지난해 2백70억달러에 이르렀다. 플랜트 건설은 순이익이 30% 이상으로 수익이 가장 많이 나는 공사다.

해외건설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외환위기 이전까지 공사수주가 많았던 것은 기술경쟁력 보다는 업체들의 브랜드파워 덕분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시만 해도 현대나 동아건설 이름만으로 외국금융기관에서 얼마든지 돈을 빌려 공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금융요구 공사와 관련한 국내업체들의 약점을 메꿔주기 위해 역외보증기관과 인프라 펀드를 만드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원은 “당장 기술력이 모자라면 선진국과 제휴해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물량중심의 수주관행에서 벗어나 수익성있는 공사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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