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가족방' 뜨거운 혈육의 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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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여보! 내가 너무 심했던 것같아. 일하면서 지우(딸)를 보느라 힘들었을텐데…. 미안해. "

얼마전 작은 일로 부인과 다툰 심규용(31.회사원.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지역 포털 사이트인 사이버타운(http://www.ctown.net)의 가족 게시판에 아내에게 보내는 사과의 글을 남겼다.

심씨가 보낸 '사랑의 메시지' 는 바로 아내에게 전달됐고, 심씨 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화해할 수 있었다.

'가족의 정(情)' 이 넘치는 인터넷 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프리챌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가족만의 공간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가족을 타깃으로 한 ▶가족 전문사이트▶가족홈페이지 제공업체 등도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 가족간의 다툼을 봉합하고 오프라인에서 잘 만나지 못해 멀어지기 쉬운 혈육의 정도 나눌 수 있다는 게 이용자들의 소감이다.

심씨는 "직장 생활로 바쁘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면 가족에게 수시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 것같아 인터넷에 가족의 공간을 만들었다" 면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말하기 힘든 일도 인터넷을 통해 얘기할 수 있어 좋다" 고 말했다.

지난해 5월부터 가족 커뮤니티 서비스인 'e-패밀리' 를 제공하고 있는 프리챌(http://www.freechal.com)에는 가족커뮤니티가 1만6천여개나 된다.

이는 프리챌 전체 커뮤니티(23만개)의 7%에 육박하는 수치다.

'e-패밀리' 는 프리챌 안에 만든 가족 홈페이지를 통해 n세대 자녀와 '컴맹' 부모는 물론 모든 가족.친지들이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사이버 공간이다.

이곳에는 자녀가 유학을 간 경우나 자식들이 출가해 3대까지 이어진 가족들의 활동이 왕성하다.

'항기와 호진의 공간' 은 유학간 자녀와 부모의 모임방으로, '탐진 최가들의 모임' 은 멀리 떨어진 사촌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가족을 이루는 커뮤니티로 잘 알려져 있다.

프리챌의 커뮤니티 담당자인 김지현 과장은 "인터넷이 가족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e-패밀리를 운영해 보니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면서 "서먹서먹했던 가족 관계가 가까워졌다며 고맙다는 e-메일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http://www.daum.net)에도 울주군 '기전댁' 자손 3대 14명이 활동하고 있는 '기전마당' 을 비롯해 가족 관련 커뮤니티가 크게 늘고 있으며, 라이코스코리아(http://www.lycos.co.kr)에는 4만9천여개의 커뮤니티 가운데 가족 관련 커뮤니티가 7백83개 활동하고 있다.

맞춤형 홈페이지 제작업체인 모모웹(http://www.momoweb.co.kr)은 서로 떨어져 살거나 바빠서 자주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해 '가족 홈페이지' 서비스를 2월부터 제공한다.

'가족 홈페이지는▶가족소개▶가족앨범▶쪽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모모웹의 박은수 사장은 "요즘처럼 인터넷이 일반화되는 시대에는 인터넷이 가족간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이라며 "가족간 대화단절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해결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아이가족(http://www.igajok.com)' 은 가족이 관혼상제.공연정보.가족의견 등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굿패밀리넷(http://www.goodfamily.net)은 '해피채널' 을 통해 ▶가족문제 클리닉▶식도락▶우리집 꾸미기 등 가정생활에 밀접한 생활정보를 서비스한다.

다음달중 'Familyjoin'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여는 '타운스페이스(http://www.townspace.co.kr)' 도▶가족신문▶가족일정 관리 등 가족과 관련된 여러가지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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