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 구조조정 정예화에 맞춰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방부가 5년 내 인건비 10% 감축을 목표로 대대적인 군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그 예산을 군 장비나 무기 현대화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이 최근 육.해.공군에 방안 마련을 지시해 이달 말이면 구체적인 감축계획이 수립될 것이라고 한다.

'감군(減軍)-첨단무기화' 라는 큰 줄기는 고도의 첨단 무기에 따라 좌우되는 현대전 개념에 부응하는 옳은 개혁 방향이라고 본다.

공기업과 은행.기업 등 국가 전체의 뼈아픈 구조조정 작업에 동참하는 의미도 있다. 다만 이번 계획이 인건비 감축이라는 단기 효과에 연연하지 말고 군 현대화.정예화를 지향하는 중장기 마스터 플랜에 따라 제대로 추진돼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올해 국방예산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2.1%로 전력투자비(무기 구입비)33.9%보다 월등히 높다.

전력투자비를 4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건비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인건비 절감 방안으로 국방부는 현재 소장과 준장이 맡고 있는 사단장.여단장을 준장.대령이 맡도록 하는 등 대령급 이상 군 고위 간부 대폭 축소를 검토 중이다.

또 계급정년을 보장하는 현 군 인사법도 개정, 보직없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동 전역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사병 감축이 아닌 고위 간부 감축이 골자인 셈이다. 이는 사병을 대폭 줄이고 간부 중심의 기동군 위주로 바뀌고 있는 선진국들의 군사체제와는 다른 모습이다.

물론 우리 군의 경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 여건에서 휴전선 배치를 위한 사병 위주 편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군 현대화의 기본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감군 필요성은 이미 현 정부 출범 때부터 거론됐던 일로 당시 국방부는 국방 중기계획 등을 통해 69만명인 국군을 2030년까지 3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었다.

해.공군을 대폭 강화하고 병력을 줄이는 대신 전략무기나 전자장비는 늘려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가 표방한 국방 개혁의 골자였다.

이번 구조조정이 그같은 중장기 계획과 남북 군축협상 등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진행되길 촉구한다.

국방부가 "이달 말까지 보고하라" 며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군 내부에서도 '즉흥적 전시행정' 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군의 구조조정은 육.해.공군간 기능 재조정에서부터 일부 부대는 과감히 없애고 필요한 분야는 정예화하는 등 전반적인 구조의 재조정이어야 하며 그것도 중장기 마스터 플랜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관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개편이나 구조조정은 자칫 군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방부의 인건비 감축 노력이 치밀한 군 정예화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