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정대근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군에서 제대한 것이 지난해 12월. 그는 스스로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요즘 그는 원석 다듬기에 한창이다. 컴퓨터 자격증을 따러 학원에 다니고, 주말이면 영어·일본어 어학시험을 보러 다닌다. 수영장에 다니며 몸을 만드는 데도 열심이다. 정씨는 “취업을 앞두고 스스로 진단해 보고 싶어 중앙일보에 컨설팅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자문단은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영업맨’을 꿈꾸는 정대근씨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를 품에 안았다. 취업 시장에 막 뛰어든 그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다국적 경험을 살려 영업 현장에 서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정대근씨

학력  일본 다쿠쇼쿠대 경영학과 졸업(2007년 3월)
학점  3.46(4.0 만점)
외국어  영어·일본어 회화 가능
해외연수  미국 앨라배마대 어학연수(2006년 3~12월)
경력  한인 유학생회 부회장(2005년 1~12월), 민병철어학원 일본어 강사(2007년 7~12월)
희망 직무  대기업·중소기업 영업 담당


외국 생활을 통해 뭘 배우고 느꼈는지가 궁금하다

STEP 1 서류 집중 분석

이력서  ‘다국적 경험’이 눈에 띈다. 이병찬 GS칼텍스 인사지원팀장은 “일본·미국에서의 대학 생활 경험은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대학 시절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답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다. 그 경험이 지원 회사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고,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적어야 한다. 정씨는 이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경력사항란에 ‘앨라배마대’라고만 적었다. 이력서라 하더라도 무엇을 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써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2년의 공백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어학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증명서도 필요하다. 2006년 10월에 딴 토익 성적(725점)은 유효기간이 지났다. 일본에서 공부했지만 일본어능력시험(JPT) 성적도 갖고 있지 않다. 자문단은 공식 어학 점수를 따놓을 것을 권했다.

자기소개서  15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에 담긴 경험이 두 개다. 그만큼 경험 하나 하나에 집중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채점관이 알고 싶은 건 경험 자체가 아니다. 경험을 통해 뭘 배웠는지 알고 싶어 한다. 지원자가 배운 점을 바탕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최영미 한국 HP 인사담당 이사는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씨는 첫 번째로 사춘기 시절 방황했던 경험을 꼽았다. 역경을 쓸 때도 배운 점을 담아야 한다. 정씨는 사회 봉사활동을 하며 역경을 극복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독특한 경력이기 때문에 채점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배운 점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힘든 경험이었던 만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좀 더 자세하게 적는 게 나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 꼽은 것은 미국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했던 경험이다. 정씨는 이를 통해 배운 점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여기에도 배운 점을 추가해야 한다. 이 경험이 희망 직무인 영업 분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동안 외국인을 집으로 초대해 자주 어울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양 문화를 접했다. 외국인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게 됐다. 입사 후 해외영업 담당으로 일할 때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적는 건 어떨까.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이란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간략히 소개하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을 덧붙인 후 ▶앞으로 포부를 밝히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류전형 평가  이력서는 살을 찌우고, 자기소개서는 살을 빼야 한다. 정씨의 이력서는 간단하게 적고 넘어간 부분이 많다. 경력사항란에 ‘앨라배마대’라고만 적어놔 무슨 일로 떠났는지 알 수 없는 게 대표적이다. 한인 유학생회 부회장 경력은 빠뜨렸다. 이 팀장은 “무엇을 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을 더하라”고 충고했다.

자기소개서엔 군더더기가 많다. 정씨가 두 가지 경험을 구구절절 설명했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내용(지원 동기, 입사 후 포부 등)을 빠뜨린 것은 그 때문이다. 최 이사는 “일본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게 아쉽다”며 “군더더기는 빼고 핵심만 추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 얘기 말고 내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답하라

STEP 2 면접 집중 분석

Q 영업 분야 지원 동기는.

A 한 대기업 부회장이 빌 게이츠와 담판을 짓고 직접 투자 제의를 따냈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 시장을 읽는 통찰력과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나도 말 한 마디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영업맨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 가장 매력적인 답변은 지원자의 경험에 바탕한 것이다. 직접적인 경험이라면 더욱 좋다. 하지만 정씨는 (기사를 통해 접한) 간접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는 기사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차별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본·미국 등에서 본인이 직접 겪은 내용을 예로 드는 게 낫다.

Q 영업맨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친화력과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에서 대학 다닐 때 아버지 회사 일을 거든 적이 있다. 거래처에 직접 물건을 파는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았다. 늦게까지 남아 일해서 거래를 잘 마무리 짓곤 했다.

▶ 잘 짚었다. 다만, 이런 역량이 반드시 영업 분야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관련 분야에 더 집중해 답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영업의 목표는 현장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 경험이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설득력·거래 기술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나의 능력을 바탕으로 성취를 거둔 적이 있다’고 답하는 건 어떨까.

Q 사업을 해도 잘 할 것 같은데.

A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 사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회사 생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후배와 함께 업무를 처리해 본 경험은 나중에 사업을 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솔직한 답변이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답은 아니다. 채점관은 회사에 몸바쳐 일할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언젠가 회사에서 나갈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소한 면접장에선) 개인 사업에 대한 꿈을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Q 한인 유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

A 선후배 위계 질서가 뚜렷했는데 좀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내가 처음 부회장이 됐을 때만 해도 직위만 높았지 영향력이 없었다. 행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나이 많은 선배들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의 때 직접 나서 “앞으로는 회장단이 직접 유학생회를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얼굴 찌푸리는 선배도 있었지만 직접 찾아가서 사정을 말했다. “공적인 문제니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며 일일이 설득에 나서니까 이해해 주더라. 결국 학생회가 좀 더 잘 돌아가게 됐다.

▶ 상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하지만 영업 분야는 다르다. 상하 관계가 비교적 뚜렷한 부서이기 때문에 채점관이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상하 관계 등에 대한 언급은 빼고 지지부진하던 학생회 활동을 활성화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라.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느낌을 주는 정도면 된다. 같은 얘기도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전 면접 평가

정대근씨(왼쪽)가 서울 역삼동 GS칼텍스 본사에서 이병찬 인사지원팀장에게 모의 면접을 받고 있다.

솔직하다. 면접장에선 외운 듯한 답변을 내놓은 지원자가 많은데 정씨는 그와 정반대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면접은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가리는 자리다. 솔직하게 모든 걸 드러낸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 팀장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 ‘끈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며 “스스로의 강점을 부각해 ‘나를 뽑는다면 회사에 이런 도움을 줄 것이다’는 자세로 답하라”고 충고했다.

자세를 수정할 것도 조언했다. 정씨는 면접장에서 의자에 기대 앉았다. 이런 자세는 신입사원다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 팀장은 “허리는 꼿꼿이 펴고 두 손을 살짝 주먹을 쥔 채로 양쪽 무릎에 자연스럽게 얹는 자세가 기본”이라며 “단추 두 개가 달린 양복은 아래 단추를 풀고 앉아야 옷이 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STEP 3 총평

“진단을 받고 싶었다”는 정씨의 말처럼 초보티가 난다. 정씨의 자기소개서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에피소드에 집중하느라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담지 못했기 때문. 자기소개서엔 버릴 문장이 없어야 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쓸 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촘촘하게 다시 써야 한다.

면접장에선 오랜 해외 경험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이사는 “일본·미국 경험이 길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이때 경험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지 설명하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번 주 자문단

이병찬 GS칼텍스 인사지원팀장

1990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와 면접전형(PT 면접, 개별 면접, 집단 면접) 때 채점관으로 참여한다. 입사 문제 출제, 평가 방법 개선 등 인력 채용의 전 과정을 지휘한다.

최영미 한국 HP 인사담당 이사

HP의 인사파트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국내 기업에서 인사 담당 임원으로 승진한 첫 번째 여성이다. 균형감 있는 접근과 여성 인력의 역량 개발에 관심이 많다. 특히 인력 채용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는다.


청년 취업 프로젝트 신청하세요

대상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하십시오. 전직을 생각하는 분도 가능합니다.

신청 방법 중앙일보 일·만·나(일자리 만들기 나누기) 홈페이지(joins.incruit.com)에서 신청하세요. e-메일이나 우편으로 신청하셔도 됩니다. e-메일 주소는입니다. 우편접수는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편집국 취업섹션 담당자 앞’으로 보내면 됩니다.

준비 사항 취업 때 제출하는 양식과 같은 이력서·자기소개서를 보내 주십시오. 학점, 외국어 능력, 사회봉사활동 경력, 희망하는 직장과 연봉 수준, 취업 전적, 연락처, 경력, 컨설팅을 신청하는 이유와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보완점에 대한 간단한 자기소개서, 이외에 스스로를 기업에 적극 알릴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면 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