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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론’이어 ‘친박 사찰설’ … 한나라 의총 안팎서 대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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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거친 충돌이었다. ‘한솥밥’ 식구로 보기엔 아슬아슬했다. 여야 간 격돌을 보는 듯했다. 세종시 ‘끝장토론’의 둘째 날인 23일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의원총회장뿐 아니라 국회 기자회견장,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찰설’ 등의 민감한 내용도 쏟아냈다. 청와대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달 초순 이명박 대통령이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다”고 말한 데 대해 박 전 대표가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받아친 이후 10여 일 만에 다시 청와대와 친박계가 충돌한 셈이었다. 당 상임고문들이 이날 정몽준 대표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을 깨선 안 된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사찰설 공방=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박 전 대표에게 중진 스님을 소개해 같이 식사한 적이 있는데 며칠 뒤 스님으로부터 ‘왜 만난다는 사실을 정부기관에 얘기했느냐’는 항의전화를 받았다”며 “어떻게 정부기관이 박 전 대표가 스님과 얘기한 걸 알았으며 또 꼬치꼬치 캐묻게 되었느냐”고 따졌다. 이어 “그런 모임 하나하나 뒤를 조사한다면 민주주의를 한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홍사덕 의원이 전날 제기한 사찰설을 뒷받침하려는 주장이었다. 홍 의원은 “의원 누구에 대해 무슨 흠이 있듯 들쑤시고 다니면서 위협을 한다”고 했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선 “박 전 대표의 미행은 대통령이 하야할 문제”란 논평을 냈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근거 없는 정치공세며 사실무근”이라며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 주류는 “친박계가 구태의연한 정치공세까지 펴고 있다”며 불쾌해했다.

◆정몽준·유정복 충돌=정 대표가 전날 의총에서 “이 대통령이 주호영 특임장관을 통해 ‘만나자’고 한 제의를 박 전 대표가 거절했다”고 밝힌 발언을 두고 정 대표와,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이 충돌했다.

유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박 전 대표가 이달 초 주 장관에게 했다는 발언을 공개했다. “만나는 건 얼마든 좋은 일이다. 지금까지 만나자는 요청에 그리 해왔다. 그런데 세종시 문제는 이미 (내) 입장을 다 얘기했다. 잘못하면 입장 차만 확인했다는 등 여론이 있어서 만나지 않는 것보다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무작정 거절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 의원은 정 대표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유 의원은 오후 의총에서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다. 그러곤 “정 대표가 여러 차례 사실관계가 아닌 것을 말해서 오해의 소지가 많았다”며 “당 대표로서 사실관계가 아닌 얘기로 당이 분열되고 싸우는 듯한 일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정 대표가 손을 들어 즉각 반격했다. 그는 “중도라는 게 참 어렵다. 면도칼의 균형이랄까”라며 “이중간첩이면 중도를 잘하겠지만, 천성이 간첩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라고 꼬집었다. 재차 전날의 발언을 전하며 “정말 대표하기 어렵다”는 토로도 했다.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쪽이 박 전 대표 측이란 뜻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 진영에서 맞고함이 오가기도 했다.

청와대는 말을 아꼈지만 기분은 나쁜 듯했다. 박형준 정무수석은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 과정에 대해서는 상세히 말하는 게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만나자고 한 건 이달 초뿐만 아니라 지난달 초에도 있었다”며 “두 번 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얘기면 볼 필요가 없다’고 해 회동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정애·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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