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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번엔 ‘이슬람 버거’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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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슬람식 햄버거를 놓고 프랑스가 들끓고 있다. 여성의 신체를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인 ‘부르카’에 이어 이슬람 식문화까지 ‘차별 논쟁’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논란은 프랑스 우파 정당인 국민전선(NF)의 부총재 마린 르펜이 18일 패스트푸드 업체 ‘퀵(Quick)’이 ‘할랄(Halal)버거’라는 이슬람식 햄버거를 판매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퀵은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8개 지점에서 이 햄버거를 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베이컨이나 햄이 든 햄버거는 메뉴에서 없앴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의거해 도축한 육류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르펜은 “국영 투자회사가 대주주인 퀵은 사실상 공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종교에 따른 소비자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에는 프랑스 북부의 소도시 루베의 르네 방디에랑동크 시장이 퀵을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도시에는 할랄 버거를 파는 8개의 지점 중 하나가 있으며, 시장은 사회당 소속이다. 소비자 차별 논란에 좌파까지 가세한 것이다. 그 뒤 며칠 동안 이 사안은 프랑스 모든 언론의 주요 뉴스가 됐다.

퀵은 “전국 362개 지점 중 할랄 버거를 파는 곳은 3%도 안 되는 8곳에 불과하다. 베이컨이 든 것은 없지만 여러 종류의 햄버거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슬람 측에서는 “프랑스 전역에 (종교적 이유로 인해) 우리는 먹을 수 없는 음식만 파는 식당이 널려 있다. 이들도 우리를 차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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