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경종록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23일 “중학교 교장들이 부적격자에게 추천서를 써준 문제 외에도 자율고에서 먼저 중학교 측에 조건이 안 되는 학생들의 추천을 의뢰한 사례도 있었다”며 “해당 자율고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과 본지 확인 결과 S중학교 신모 부장교사는 지난해 12월 11일 S자율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율고 신입생 추첨 결과가 발표된 당일이었다. S자율고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미달이었다. S고 측은 신 교사에게 “14일까지 추가모집을 할 테니 일반전형에서 떨어진 학생들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지원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일반전형에서 떨어진 학생 중 성적이 좋았던 A군을 거명했다.
신 교사가 “조건이 안 맞는데도 괜찮으냐”고 몇 차례 되물었지만 “교장 추천서만 있으면 되니 A군을 지원시켜 달라”는 답변뿐이었다. A군은 해당 전형에 추가 지원해 합격했다. S중에서는 한 명이 더 합격했다. 하지만 최근 부적격자 논란이 일면서 S중은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두 학생에 대한 학교장 추천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두 학생의 자율고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J중학교 박모 교장도 “자율고들이 일반전형에서 탈락한 성적우수 학생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중학교에 가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추천서만 받아오면 된다’고 해 학부모들이 (추천서 받으려고) 난리였다”고 말했다. 이 전형은 추첨으로만 뽑는 일반전형과 달리 지원자 중에서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이 때문에 자율고 얘기만 믿고 지원했던 학생의 학부모들은 “해당 학교에 몇 차례 확인했지만 문제없다고 했다”며 “합격 취소 등 피해가 발생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전형의 과도한 모집비율과 모호한 자격기준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지역 중3 학생 중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한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이 10% 남짓인데도 무조건 정원의 20%를 뽑도록 해 미달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자율고 4곳은 추가모집까지 했지만 정원을 못 채웠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중 학교장이 추천한 자’라는 자격 규정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자율고에서는 검증이 어렵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 교수는 “정원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중학교별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기준을 명확하게 운영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미·김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