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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007 메들리 흐른 뒤 19초, 연아 필살기가 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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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연아가 공식 연습 도중 여유 있는 몸짓으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밴쿠버=뉴시스]

23일 김연아는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마지막 점검을 했다. 점프·스핀·스파이럴 모두 만족스러웠다. 김연아는 30여 분간의 훈련 뒤 흡족한 표정으로 링크를 떠났다.

◆기선 제압은 첫 점프로=쇼트프로그램 규정시간은 2분50초다. 김연아의 이번 시즌 쇼트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는 1초의 오차도 없다. 쇼트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19초 만에 시도하는 첫 점프(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다. 기본점수가 10점인 그의 ‘필살기’다. 그는 이번 시즌 그랑프리 1, 5차 대회에서 흠잡을 데 없는 점프로 기본점수에다 각각 2.00과 2.20점의 가산점(GOE)까지 받았다. 그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시도하는 8가지 기술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올림픽 심판으로 나서는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김연아가 첫 점프를 뛰는 순간 심판들은 다들 감탄한다. 남자보다 더 높고 힘있게 솟구치는 모습에 ‘차원이 다른 선수’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다음 기술요소부터는 높은 레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기술요소의 완성도는=세 번의 점프를 뺀 나머지 기술요소는 완성도에 따라 레벨이 달라진다. 김연아가 이번 시즌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76.08점의 세계 신기록을 세울 당시 스텝시퀀스에서만 레벨 3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레벨 4를 받았다. 레벨 3와 4는 기술요소에 따라 0.1~0.5점 차이지만 박빙의 대결에서는 승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 남자싱글에서 금메달을 딴 에반 라이사첵(미국·257.67점)과 은메달의 예브게니 플루셴코(러시아·256.36점) 간 합계점수 차는 1.31점에 불과했다.

김연아가 결전 하루 전인 23일(한국시간) 연습 도중 밝게 웃고 있다. 뒤쪽은 새로운 의상을 입고 훈련에 나선 일본의 아사다 마오. [밴쿠버=임현동 기자]

◆‘악연 심판’ 미리암은=로리올-오버윌러 미리암(스위스) 심판이 여자싱글에서 기술을 판정하는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로 배정됐다. 미리암 심판은 김연아와 몇 차례 악연이 있다. 2008년 11월 그랑프리 3차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점프를 깨끗하게 뛰고도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로 점프)’ 판정을 받아 0.8점이 깎였다. 이어진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같은 점프에서 ‘에지 사용에 주의하라’는 어텐션 마크(!)를 받았다. 당시의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가 미리암이다. 이번 시즌 김연아는 점프 논란을 잠재우려고 첫 점프를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 루프’로 바꿨고 그랑프리 1, 5차 대회에서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그런데 미리암 심판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같은 점프에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내렸다. 9명의 심판 중 8명은 가산점을 줬지만 미리암 혼자만 점수를 깎았다. 공교롭게도 김연아는 미리암으로부터 불리한 판정을 받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글=밴쿠버=장혜수 기자
사진=밴쿠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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