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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돌아온 이회창총재 "정도 걷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어차피 기막힌 묘수는 없다. 시시비비로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지난 20일부터 설 연휴까지 계속된 이회창(李會昌.얼굴)총재의 '장고(長考)' 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 외곽의 친지집 등에서 칩거하던 李총재는 25일 낮 서울 가회동 자택에 돌아왔으나 여전히 외부와 접촉을 피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연휴 중 李총재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매사를 정정당당하게 하라' 고 당부하더라" 고 전했다.

역시 李총재의 전화를 받았던 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지금이 전면대결을 선언할 때는 아니지 않으냐. 정국이 너무 유동적이다. 무슨 수학 등식처럼 풀릴 국면은 아니다" 고 말했다.

현재로선 특별한 결단을 내리기보다 안기부 자금 문제는 그것대로 대처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李총재는 그러나 '안기부 자금 지원사건' 과 관련해 법무부가 9백4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는 보고를 받고 "단호하게 대응하라" 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5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선 "우리 당의 손발을 꽁꽁 묶어 내년 대선에서 기능을 못하게 하려는 처사" (睦堯相 정책위의장)라는 등 집중성토 끝에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했다.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는 연휴 중 여러 의원들을 전화로 찾아 지역별 민심 동향을 집중적으로 체크했다" 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른바 '안기부 자금 사건' 은 끊임없이 李총재를 괴롭힐 문제이나 단기간에 해법을 마련하긴 힘들고, 밑바닥 민심은 경제회복에 나서달라는 것" 이라면서 "李총재는 이들 사안의 경중을 적절히 감안해 정국관리 방안을 내놓을 것" 이라고 전했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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