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대표 입지 '4대 법안' 연내 국회 통과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안(과거사진상규명법안.사립학교법안.언론관계법안)의 국회 처리를 앞둔 여권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 지도부가 '(4대 법안) 연내 국회 통과'라는 목표를 어느 선까지 달성하느냐에 따라 여권 전체의 역학구도가 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특히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내년 1월 전당대회의 향방이 이번 법안들의 처리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내년에 새로 구성되는 당 지도부는 2007년 차기 대권구도의 밑그림을 제공할 것이다. 개혁입법 처리를 둘러싼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연내 국회 처리를 성사시키거나, 야당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되거나, 네 가지 법안 중 일부만 처리되는 경우다.

결과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쪽은 지휘봉을 잡은 천정배 원내대표다. 일명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그룹이 이끄는 당권파의 입지와도 연결돼 있다.

◆시험대 오른 천정배와 당권파=천 원내대표의 성적표는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그러나 국회 통과에 실패하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당 내부는 물론 청와대로부터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안영근 의원 등 대체입법을 요구했던 그룹에서는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모든 책임은 천 원내대표가 져야 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처리를 해내면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천 원내대표는 새로운 차기 대권후보 그룹에 편입될 수도 있다. 여권 핵심 인사는 "개혁입법들이 통과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쪽에서는 이해찬 총리, 열린우리당 쪽에서는 천 원내대표를 양 날개로 국정 운영을 끌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4대 법안 중 일부만 처리되는 어정쩡한 경우는 어떨까. 특히 여권이 가장 비중을 두는 보안법 폐지가 무산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결과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 비당권파는 내년 전당대회에서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하려 할 것이다. 비당권파 쪽에서 "개혁법 무산시 내년 전당대회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출마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후기 국정 운영 구상에도 영향=노 대통령은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임기 3년을 남겨두고 조기 레임덕을 걱정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여권 내의 걱정이다. 당권 경쟁이 가열되면 노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또 다른 고민이다.

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