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북·미] 주한미군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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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부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 뉴욕타임스와 회견에서 "북한이 주변국들을 더이상 위협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해 보겠다" 며 이 문제에 관해 최초로 언급했다.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전쟁 억지력으로 존재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1990년 '넌-워너 수정안' 에 따른 1단계 감축(7천명)이후 현재 3만6천여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자신의 임기 중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면 10여년 전 미 공화당 정부가 추진했던 넌-워너 수정안 중 2단계가 발효되는 셈이다.

◇ 감축 가능성은 희박〓외교안보연구원의 윤덕민(尹德敏)교수는 "미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해외주둔 미군이 너무 확산돼 있다고 본다" 면서 주한미군 재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감축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방부 차영구(車榮九)정책기획국장은 "전통적으로 미 공화당은 대외정책 추진과정에서 매우 현실적인 접근을 선호해 기본전제가 달라지면 기존정책도 현실에 맞게 바꿔 왔다" 고 전제하고 "그러나 한.미 동맹이라는 기본전제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은 어려울 것" 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 하영선(河英善.정치학)교수도 '국내에서 반미감정과 평화무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 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감축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방위비 분담과 연계시킬 가능성 커〓이런 사정으로 감축 대신 미국이 방위비 분담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많다.

河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오히려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burden sharing.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일부를 우리 정부가 지원해 주는 형식)의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연세대 문정인(文正仁)국제학대학원장도 반미운동이 격렬해질 경우를 전제로 "감축 가능성은 있다" 고 전망하면서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병력감축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방위비 분담 문제와 연계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고 분석했다.

◇ 평화협정과 유엔사 위상문제〓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남북이 합의하고 미.중이 지지하는 '2+2 방식' 의 4자회담을 거듭 제의하고 있지만 북한은 지금도 평화협정만큼은 미국과 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결정적 태도변화가 없는 한 이 문제는 요원한 과제로 남을 게 확실시된다.

尹교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 면서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유엔사 해체는 또다른 문제" 라고 말했다.

정전체제 관리기능을 유엔사가 맡아 왔듯이 평화체제 관리기능도 누군가가 전담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준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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