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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중국방문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국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상하이(上海) 학습 여행' 으로 부른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 이라는 평가다. 강의는 크게 세 단계로 이뤄졌다.

첫째는 상하이 학습. 18년 만에 상하이를 다시 찾은 金위원장의 입에선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엄청난 변화(飜天覆地的 巨大變化)…'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金위원장의 상하이 쇼크를 대변하는 말이다.

커다란 충격을 받은 金위원장은 "이번에 (북한으로)들어가면 젊은 피로 싹 바꾸겠다" 는 자책과 질책의 고함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국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동방명주(東方明珠)TV타워(4백68m)로 金위원장을 안내해 金위원장의 상하이 학습 의지를 다시 고취시킨 뒤 제2단계 무언의 강의로 행보를 옮겼다. 쑨챠오(孫橋)현대농업개발구 안내가 그것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불길이 농촌에서부터 타오른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외자 유치와 관련한 3단계 행보를 위해 경제 총수 주룽지(朱鎔基)총리를 직접 상하이로 보내는 정성을 보였다.

朱총리가 金위원장을 안내한 곳은 제너럴 모터스(GM) 자동차 공장과 화훙(華虹)NEC 전자회사. GM은 중국이 미국과, NEC는 일본과 협력해 만든 회사로 성공적인 합작 모델로 꼽힌다.

이같은 세 가지 포인트에다 북한과 중국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북.중간 우의를 다진 것도 주목거리다.

개방과 개혁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도 미국에 대항하는 북.중 연대를 강화하는 정치적 효과도 같이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를 위해서는 안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金위원장은 장쩌민(江澤民)주석과의 회담에서 서울 방문을 앞둔 한반도 문제 논의, 미국의 공화당 정권 출범에 따른 공조, 江주석의 북한 방문 초청 등과 같은 결실을 거두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는 金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숙제를 가득 안고 돌아가는 고민이 많은 학생' 격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북.중 공조의 틀을 대외에 과시한 고무적인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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