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썩은 고기 먹는 대머리 독수리가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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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김석진 교수

죽어가는 동물의 머리 위를 큰 원을 그리면서 서서히 나는 대머리 독수리(vulture)를 누구나 한번쯤은 서부영화에서 보았을 것이다. 대머리 독수리는 먹이감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죽은 동물이나 이미 죽어서 부패된 짐승을 먹고 사는데도 식중독에 걸리는 일이 없다고 한다.

대머리 독수리가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 비밀은 바로 그들의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이다. 이들의 위는 pH1에 달하는 강산을 분비하여 썩은 고기에 들어있는 독소나 유해균을 효과적으로 파괴한다.

우리의 위도 이처럼 소화기능과 함께 보호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위산은 몸 안에 들어온 유해 물질을 분해하는 일차 방어선인 셈이다.

하지만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는 이 중요한 보호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위염이나 속쓰림 때문에 제산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유해균이 우리 몸 안에 쉽게 침입할 수 있게 되어 장에 탈이나기 쉬워진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위산의 분비가 효율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 잦은 설사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위염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장 질환 중의 하나이다. 위염은 자극적인 음식물, 약물의 복용, 술이나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나타날 수 있으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헬리코박터균)에 의하여 발생되기도 한다. 한국인의 80%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 되어있고 이로인한 만성적 위염이 위암의 발생과 연관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헬리코박터감염과 관련하여 프로바이오틱스의 사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프로바이오틱스가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헬리코박터 치료를 위한 약물과 함께 섭취하였을 때 약물만 복용하는 것보다 추가적인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가 헬리코박터균의 활성도를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염, 위궤양이 만성적으로 방치될 때 암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프로바이오틱스의 바른 선택과 복용이 중요하다 하겠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대장에서 주로 사는 것으로 알려진 유산균이 위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균들은 위에서 위산에 의해 상당수가 파괴되며 이는 의미없는(?) 죽음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위에서 균의 파괴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유산균을 코팅처리한 제품을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섭취된 유산균 중 일정량이 위산에 의하여 파괴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의미없는 죽음이 아니다. 항염효과를 가진 효소들과 같은 유익한 물질들이 파괴된 유산균 세포에서 나와 헬리코박터균의 활성도를 낮추는데 기여하며 또한 위에도 유익균들이 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유산균은 위, 소장, 대장 등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코팅과 같은 인공적인 처리과정을 거친 제품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생균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김석진 교수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로 인류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최근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나무·물·산(www.vsl3.co.kr)의 대표를 맡아 바른 식생활과 유익한 균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칼럼 게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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