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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아산 사랑 … 도고행 열차에 실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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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둔포가 고향인 최봉섭 (오른쪽) 안양역장이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앞에서 함께 온 안양시민들과 포즈를 취했다. 이번 온천행엔 안양시민 143명이 참가했다. [조영회 기자]

고객 모집부터 안내까지 직접 챙겨

이날 오전 8시42분. 143명의 안양시민들은 최씨와 함께 안양역에서 누리로 열차에 올랐다. 열차를 탄지 1시간19분 만에 아산 신창역에 내려 대기 중인 셔틀버스를 타고 온천 ‘파라다이스 도고’에 도착했다. 안양시민들은 6시간 동안 자유롭게 온천을 즐겼다. 뜨거운 온천수에 온몸을 푹 담그고 피로를 풀었다. 점심은 온천 내 식당에서 먹었다. 최씨가 하루 종일 이들을 안내했다.

안양시민들은 대부분 도고온천을 처음 방문했다고 했다. 도고온천이 동양에 네 군데 밖에 없는 유황온천이라는 사실도 대부분 이날에서야 알았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딱 알맞은 거리인 것 같다” “물이 너무 좋다”는 둥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이런 곳이 다 있었나?”하는 사람도 있었다. 목욕한 후 몸에서 유황 냄새가 난다며 신기하다고 했다. 돌아가는 열차를 타러 온천을 떠나는 얼굴엔 더 머무르고 싶다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날 온천을 찾은 사람들은 주부, 직장인, 어린 아이까지 다양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최씨를 믿고 따라온 안양시민들이라는 것. 이들은 “역장님의 추천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가 온천소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가 있다. 아산은 최씨의 고향이다. 아산시 둔포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도 최씨는 아산시 배방읍에 살면서 KTX를 타고 광명역에서 내려 안양까지 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살맛 나는 도시’ 아산. 평생을 산 곳이라 그런지 최씨의 아산사랑은 각별하다.

이런 그가 안양에서 역장으로 일하면서 놀란 게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산’도 ‘온천’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 “아산?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어디 있는 지는 잘 모른다.” 안양시민들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안양에서 1시간 거리인 아산을 아주 멀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답답한 최씨는 고향 아산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나섰다. 어떤 곳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고민하며 아산 곳곳을 찾아 다녔다. 도와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취지는 좋지만 내게 남는 게 뭐냐.” 찾아간 관계자들 대부분이 보인 반응이었다.

현재 배방 살면서 안양 출퇴근

유일하게 최씨의 마음을 알아 준 곳이 온천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파라다이스 이덕범 부장은 “이렇게 조금씩 사람들이 찾아오고 입 소문이 나면 나중에 도고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씨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최씨는 ‘파라다이스 도고’와 함께 ‘도고온천 파라다이스 스파체험’을 기획할 수 있었다. 파라다이스 측은 140여 명의 식사준비를 하기로 했다. 신창역에 평소 1대씩 보냈던 셔틀버스도 특별히 3대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최씨는 직접 홍보물을 만들어 안양역에 가져다 놓았다. 안양의 지인들에게도 “좋은 곳이 있다”며 홍보했다. 그렇게 안양시민 143명이 온천을 가겠다고 모였다. 스파체험 가격은 스파입장료와 왕복 열차비를 포함해 1만9400원. 이윤을 남기자는 생각이 없었기에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다.

최씨는 시민들 안내와 안전, 영수증관리까지 직접 챙겼다. 번거로웠지만 고향을 홍보한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 “내가 사는 동안에 아산이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이 간절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은 없어도 고향의 발전 자체가 그의 보람이었다. 겸사겸사 누리로가 홍보가 되니 일석이조, 안양시민들의 즐거움까지 생각하면 1석3조였다.

최씨는 “아산은 열차, 전철이 모두 연결되는 곳이다. 관광지로서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도시 홍보가 안 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다음엔 온천뿐만 아니라 곡교천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곡교천에 벚꽃을 심고 레일바이크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최씨는 “‘아산’하면 사람들이 ‘아~ 거기 가고 싶다’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고은이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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