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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통치자금' 투명화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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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96년 안기부 예산이 총선 자금으로 유입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 정쟁의 뿌리인 통치자금을 아예 없애야 하고, 전반적인 정치자금의 모금과 사용이 투명해져야 한다" 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만 멎어 선 한국의 '정치 시계' 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검찰 수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역대 대통령 등은 선거 자금말고도 여권 장악과 야권 길들이기, 지방정부 관리 등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통치자금을 무리하게 모금해 왔다.

특히 통치자금은 비밀스러운 국가 예산을 빼돌리거나, 권력에 약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을 강제하거나 반강제해 조성했다.

80년에 들어선 5공 이후 역대 대통령 등이 40여개 대기업에서 끌어낸 통치.대선 자금의 규모는 검찰이 확인한 것만 1조3천억원에 달한다.

자금줄이었던 기업 가운데 대우그룹은 해체됐고, 동아.한보.한일그룹 등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받거나 그럴 위기에 처하는 등 12개 대기업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정경유착의 대가를 호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시장경제를 보호하는 정치 서비스의 비용으로 정치헌금을 내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투명한 자금 흐름, 엄격한 규칙, 정치 생산성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선 정치권의 끊임 없는 뒷돈 요구에 등골이 휠 수밖에 없다" (전경련 金奭重상무)며 정치자금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외국어대 황성돈(黃聖敦.국제지역대학원)교수는 "이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집권당 총재인 대통령이 여당의 선거자금을 대주는 후진적 정치의식 때문" 이라고 진단했다.

홍준형(洪準亨.공법학)서울대 교수는 특히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정치자금법.형법.예산회계법 등의 범위 안에서 엄격히 관리하고, 국가정보원 예산 심의를 한층 강화하는 등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임좌순(任左淳)사무총장과 여야 의원들은 "내년엔 지방선거(6월)와 대선(12월)이 있는 만큼 올해가 정치자금 개혁의 최적기" 라며 "음성적 정치자금을 투명화하는 개혁에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한다" 고 입을 모았다.

기획취재팀〓전영기.최상연.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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