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는 장난꾸러기다.
지난 12일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과 함께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던 박항서 코치는 갑자기 뒤에서 큰 곰이 자신을 덮치는줄 알았다.
거구의 히딩크 감독이 다리를 벌리고 가슴을 바닥에 대고 있던 박코치에게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스트레칭은 이렇게 해야 한다" 며 위에서 힘껏 눌러 댔기 때문이다.
키가 작은데다 중년에 접어 들어 몸이 유연하지 않은 박코치는 선수들이 옆에 있어 체면상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고통을 참아야 했다. 박코치는 "다리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김현태 코치가 당했다.
엄숙하게 2002월드컵의 선전을 얘기하고 인터뷰장 바깥으로 나오던 히딩크가 갑자기 김코치의 목을 팔로 둘러 쥐고 흔들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동작에 김코치는 방어 자세를 취하지도 못한 채 마치 프로레슬러에게 헤드락을 당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은 폭소를 자아냈다.
히딩크는 훈련 중에도 "볼을 너무 높이 올리면 볼이 얼어붙는다" 고 말하는 등 말장난을 즐긴다. 히딩크의 장난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한국 코치진과 말이 통하지 않아 친해지기 어려운데다 코치진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코치들은 차범근.허정무 등 권위적인 감독 밑에서 말소리 한번 크게 내지 못했다.
정해성 코치는 "자유로운 훈련 분위기를 강조하는 히딩크가 우선 코치진과의 벽을 허물기를 바라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울산〓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