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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100] 박근혜 꼭 필요한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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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2일로 6·2 지방선거까지는 100일이 남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경제성공세력’ 대 ‘경제발목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21일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 민주당은 “가짜 보수, 가면(假面) 보수만 보인다”(정세균 대표)며 ‘정권심판론’을 내걸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고민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내부 분열의 상처를 안고 있는 데다 정당 내 리더십은 상대적으로 튼실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그만큼 변수가 먹혀들 여지가 크다. 10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선거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건 그 때문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는 내부 통합 고민  지방선거 100일을 하루 앞둔 21일 한나라당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러고는 “지방선거를 이겨야 대선에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중점을 두는 건 수도권이다. 지역색이 뚜렷한 영·호남과 세종시로 시끄러운 충청권을 제외하면 남는 승부처는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신이란 상징성 때문에라도 야당에 뺏겨선 안 되는 자리다. 당 소속인 오세훈 시장은 민선으론 처음으로 재선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일단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당내에선 3선의 원희룡·김충환 의원이 출마를 선언, 오 시장에게 공식 도전장을 내밀었다. 재선 그룹에서도 나경원 의원이 저울질 중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거론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오 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타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경선 과정에서의 흥행을 본선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하다. 경기지사는 현 김문수 지사의 재출마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인천시장을 두고는 안상수 시장 재공천론과 새 인물 영입론이 팽팽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고민은 2008년 총선 때 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친이·친박 간 공천 갈등이 재연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영남권이 그렇다. 경북에선 친박계인 김관용 현 지사와 친이계인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대구에서도 친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범일 현 시장에 맞서 친박계에서 서상기·유승민 의원 등이 경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이계 이방호 전 의원이 이미 출마를 선언한 경남은 친박계 김학송 의원의 도전 포기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주자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차출설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기초단체 후보들도 친이·친박이 난립한 경우가 허다해 지도부가 정리를 잘못하면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2008년 총선과 지난 두 차례의 재·보선에서 주요 변수로 꼽혔던 박근혜(사진) 전 대표의 선거지원 여부는 세종시 논란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고집하는데 박 전 대표가 유권자들에게 ‘정부를 도와달라’고 할 명분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숨어 있는 표심’도 신경 쓸 부분이다.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이 있는 선거인 경우 야당 지지자들이 더 많이 투표소에 나온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지난해 두 차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섰지만 개표 결과 고배를 마신 게 한 예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에선 야당 후보보다 10%포인트 정도는 앞서야 안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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