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베스트 앨범 '메모리스' 내고 런던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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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임재범은 지금 런던에 있다. 한달전 베스트 앨범 '메모리스' 를 출반한 뒤 훌쩍 떠나버렸다.

겨울이면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일쑤인 그 음울한 회색빛 도시에서 그는 홀로 휴식을 취하며 새 독집 앨범을 구상중이다.

'메모리스' 는 두 장의 CD에 그동안 발표한 1~4집의 노래 가운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곡과 자신이 각별히 아끼는 노래, 평소 즐겨 부르는 팝송등 18곡을 담았다.

많은 가수들의 베스트 앨범과는 달리 기존에 녹음해 놓은 노래들을 모은 게 아니라 대부분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연주해 다시 불렀다.

김형석.유희열 등 편곡진과 함춘호.박영용 등 세션맨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9번째 트랙엔 그의 동영상을 담았다.

이처럼 공들여 만든 앨범을 내놓고도 그 흔한 TV.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은 커녕 신문과 인터뷰조차 마다하고 훌쩍 외국으로 떠나버렸으니, 앨범을 제작한 기획사가 애타는 것은 관두더라도 그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로서는 몹시 서운하다.

평소 "쇼가 판치는 엉터리같은 가요판을 떠나고 싶다" 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이기에 '임재범이 또 잠적했다' 는 소식을 들어도 이젠 '응, 그랬어' 라고 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솔로 데뷔 10주년을 결산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다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준 팬들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다" 며 직접 기획한 앨범인 만큼 그가 좀더 많은 이들에게 발매 소식을 알리려 애쓰지 않는 것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다.

'메모리스' 에서 임재범은 1집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 , 2집의 '그대는 어디에' , 3집의 '고해' 등을 아무런 기계적 조작없이 그의 '생 목소리' 그대로 들려준다.

또 4집의 '아직도 사랑할 뿐인데' 등 그가 편곡에 깊게 참여했던 노래는 재편곡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

특히 김형석의 편곡으로 다시 태어난 1집 수록곡 '너의 곁에서' 와 로드 스튜어트 원곡의 '해브 아이 톨드 유 래이틀리' 는 임재범의 매력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절창이다.

임재범은 이 겨울이 끝나면 새 앨범 5집을 들고 다시 돌아올 계획. 그가 걸어갈 음악의 길이 어떤 것일지 주목된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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