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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삼재 부총재 뒤 누가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옛 안기부의 총선자금 불법지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부총재에 대한 강제 조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姜부총재가 공모해 예산 9백40억원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윗선' 의 지시 또는 개입이 있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姜부총재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마저 "姜부총재 조사는 필수적" 이라고 나섰다.

검찰은 그러나 ▶金전차장과 姜부총재가 어떻게 범행을 공모했는지▶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10일 姜부총재에 대한 체포영장에서 "두 사람이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고 밝혔다.

'상당한 이유' 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검찰이 두 사람의 접촉 경위나 다른 사람의 개입사실 등을 이미 파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수사 상황으로 미뤄 볼 때 당시 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이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權전부장이 이번 사건의 기획 및 집행에 상당히 개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어찌보면 그동안 姜부총재가 "金전차장을 만난 일조차 없다" 고 주장하는 것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에서는 당시 청와대와 안기부 간부들 사이에 역할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金전차장은 청와대나 權전부장 등의 지시에 따라 신한국당에 보낼 자금을 빼내 청와대나 權전부장에게 넘겼을 수 있다.

그 다음에는 權전부장 등 '윗선' 이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姜부총재에게 돈을 보내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金전차장이 안기부 예산을 빼낸 시점(1995년 10월 7일~96년 1월 27일)을 전후해 姜부총재가 경남종금 서울지점에 계좌를 개설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95년 6월 당시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마자 서둘러 선거자금 불법조성에 들어간 점은 고위층의 개입의혹을 짙게 하고 있으며, 예산 횡령이 끝날 때쯤 계좌가 개설된 것은 이들의 사전 모의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權전부장의 소환 여부에 대해 "姜부총재를 조사한 뒤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따라서 姜부총재에 대한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는 '姜부총재-金전차장' 커넥션에 대한 확인 및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權전부장의 소환조사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재현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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