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쥐어짜는 통증 있으면 협심증·심근경색 의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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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심장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으며 심장혈관 폐쇄로 인해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온 것을 봤다. 이 기사에는 가슴에 통증이 생기면 무조건 심장에 의한 통증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게 돼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가슴에 통증을 느낄 때 가장 흔한 원인은 근육통이나 갈비뼈의 문제다. 그다음 번은 심리적인 문제다. 일부 심장이 문제가 있거나 늑막염에 걸린 경우도 있다. 흉통이 이렇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가슴 속에 심장뿐 아니라 폐·기관지·식도, 그리고 이런 장기들을 보호하는 갈비뼈와 근육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일부 막히는 협심증, 완전히 막히는 심근경색증 등 심장 이상에 의한 흉통은 흔히 가슴의 중앙부에서 발생한다. 물론 통증의 범위가 넓게 나타나 정확한 위치를 꼭 짚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심장이 왼쪽 가슴에 있지만 그로 인한 통증이 중앙부에서 나타나는 특징 때문에 왼쪽 젖꼭지 부분에서 흉통이 느껴지면 심장이 문제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또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에 의한 흉통은 왼쪽 팔이나 턱 쪽으로 증상이 뻗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 가슴에는 통증이 없이 턱이나 왼팔에만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환자가 가슴의 통증이 있는 부위를 손가락으로 정확히 지적할 수 있고 그 통증의 범위가 직경 3㎝ 이내일 경우에는 심장혈관이 막힌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협심증에 의한 통증의 지속 시간은 보통 15분 이내다. 그 이상 지속한다면 심근경색증이 생긴 경우이거나 다른 원인에 의한 통증을 생각해야 한다. 흉통의 지속 시간이 1분 이내로 짧은 경우 협심증의 가능성은 낮아진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에 의한 흉통의 양상은 주로 “쥐어짜는 듯하다” “짓누르는 것 같다”는 증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리다” “고추를 뿌린 것처럼 따갑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폐경이 지난 여성들이 이런 애매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에 “칼로 찌르는 듯하다”는 통증 호소는 심장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심증과 매우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미만성 식도경련’이 있다. 이는 식도의 광범위한 수축으로 인해 가슴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증상이 협심증과 비슷할 뿐 아니라 협심증처럼 운동에 의해 유발되기도 하며, 협심증의 치료제인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하면 상태가 좋아진다. 식사 도중이나 식사 후에 발생한다. 음식물이 잘 안 넘어가는 증상이 협심증과 다른 점이다.

문제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흉통을 동반하지 않고 조금 답답한 정도로 느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는 활동량이 많지 않아 협심증이 있어도 통증이 잘 유발되지 않는다. 그래서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 또는 추위에 노출되거나 과도한 운동으로 심장의 부담이 갑자기 커지면서 발병하면 급사할 수도 있다.

다행히 심장 질환은 발병 위험인자가 확실히 드러나 있어 대비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흡연·비만 등이 꼽힌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이 있다면 치료약물과 소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금연·체중조절을 병행하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가족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에 가슴 아파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말이다.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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