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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서서 일을 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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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처음 서로 만나면 기세싸움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욕구가 외부로 드러난다. 동물 세계에서 보는 일반적인 수컷의 본성이다.

곽대희 칼럼

처음으로 공동사회에 진입하는 초등학생들은 그것이 더욱 두드러져 원시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달리기나 축구 등 스포츠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경우도 있고, 오줌 줄기의 강도나 ‘고추’ 사이즈를 우승열패의 기본 원칙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내아이들이 여학생에 대해 느끼는 상대적 우월감은 일어선 자세로 소변을 본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늘이 준 남자들의 편리한 생리일지도 모른다. 일찍이 수렵생활 시절에 여성처럼 쭈그리고 앉아 소변을 보다가는 사냥으로 짐승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바로 그런 신속성을 조물주가 배려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성은 일어선 자세로 소변을 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남자들의 오해다. 그 실례로, 도쿄의 요요기(代代木) 국립경기장에 역사 유물로 보존되어 있는 변기를 드는 비뇨기과 의사들이 있다. 도쿄 올림픽 때 외국인 여자선수용으로 설치했던 시설물인데, 그 형태가 주걱턱 모양으로 생긴 소변기다.

제작회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남녀 공용인 이 소변기는 남성의 경우 종전 방식대로 바지 앞쪽 지퍼를 내리고 소변을 보면 되고, 여자는 궁둥이를 변기 쪽으로 향해 속옷을 내리고 배설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즉 후면배설을 염두에 두고 그 소변이 변기 밖으로 유실되지 않도록 주걱턱 모양이 고안되었다는 설명이다.

여성의 요도는 몸에 평행하므로 기립한 자세로 배뇨하게 될 경우 오줌이 양측 다리를 타고 흐르게 된다. 전방을 향해 뿜어져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상체를 숙이고 뒤를 향해 날려 보내면 정확하게 변기에 명중하도록 설계하다 보니 변기 모양이 주걱턱 형태가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변기를 ‘sanistand(sani는 sanitary의 약자)’라고 부르는데, 여자가 많은 백화점, 공장, 여학교 등에 주로 설치되어 있다. 일반 양식 변기로는 변좌(便座)에 피부가 닿는 것이 불결하다고 해서 시트 페이퍼를 사용하지만 이런 변기는 피부를 굳이 변기에 대지 않고서도 소변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다중이 이용하는 공중변소에 대부분 설치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헤로도토스의 『역사(歷史)』라는 저서를 보면, 이런 배뇨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일반적 방식이었다고 쓰여 있고, 본래 화장실이 없게 설계된 베르사유 궁전에는 귀부인들이 남자들처럼 정원에 서서 배뇨하는 것이 관례였을 만큼 여성의 기립성 배뇨는 일반적 자세였었다.

그렇게 하자면 히프 부분을 노출시켜 상체는 아래를 향해 구부린 자세로 쉬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그 자세가 기묘해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을지 의심스럽다.

비단 베르사유 궁전 이외에도 최근까지 세계 도처에 이 습관이 남아 있는 곳이 여럿이다. 일본도 20년 전쯤에는 농촌에서 할머니들이 일어선 채로 오줌 누는 것이 상례였었고, 이런 진풍경은 일제강점기 때 종로 골목길에서도 흔히 보는 일본인들의 화장실 문화였다. 그러고 보면 남자의 기립성 배뇨나 여성의 좌식 배뇨가 모두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단지 문화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10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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