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학생 평가 겸허히 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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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 결과 고교생들이 수업·열정·인성교육 등 모든 면에서 교사보다 학원 강사가 낫다고 생각한다는 중앙일보의 보도가 교육계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교원 단체들은 현황 파악에 분주했고 교사들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공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학원강사·학부모·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한국교총은 19일 논평에서 “학생들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교직 사회가 열정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교총은 그러면서도 “수준별 맞춤형 교습이 가능한 학원 강사와 수업에 생활지도·잡무 처리까지 해야 하는 교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내놨다.

교총 김동식 대변인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6명이 ‘공문 처리를 위해 월 1회 이상의 수업 결손 경험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교사가 수업에만 전념할 수 없는 여건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에는 하루 종일 현직 교사와 학원강사, 학부모 등의 글이 이어졌다. 교사 이모씨는 “열의 있는 선생님이 많지만 학교에는 ‘정말 어떻게 저런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치나 싶은 사람’도 많다”며 “교사가 철밥통인 게 맞다”고 적었다. 이어 “능력 있고 수업에 공들이는 교사는 진급을 못하는 반면 수업 이외의 업무에 충실한 사람들만 승진한다”고도 꼬집었다. 서울 창동고 이기정 교사도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현상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하는 느낌”이라며 “교장들이 정규 수업의 질과 인성 교육 같은 부분에 비중을 둬야 교사들도 관심을 갖고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잡무 처리 등으로 수업에만 열중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교사 박모씨는 “학생들과 잘 지내며 수업에 충실하고 싶은데 머릿속에는 그날까지 처리해야 할 공문이 떠다니며 혼을 빼놓는다”고 토로했다. “공문 처리에 바빠 1년이 지났는데도 학생 이름이 가물가물할 정도”라는 것이다.

학교와 학원의 단순 비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사 강성희씨는 “수익을 내기 위해 소수의 학생을 관리하는 학원과 다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비교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10년 차 학원강사라고 밝힌 변영대씨는 “학원강사는 수강생 수가 줄면 한순간에 수입이나 생활이 불안해지는 ‘절실함’이 강점”이라며 “교사들도 초심으로 돌아가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고 썼다. 학원강사 정효빈씨도 “학원 강사가 수업만 하고 퇴근하면 학생들 다 떨어져나간다”며 “경제가 어려워도 엄마들이 학원비는 안 줄이는 이유가 뭔지 교사들이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원 양쪽에서 근무 경험이 있다는 안지혜씨는 “학교에 있을 때 학생 40명을 만족시키려고 열심히 했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학원에서 더 열심히 공부한다”며 “이러한 학교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씁쓸해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많았다. 고2 딸을 둔 최정화(44·서울 중계동)씨는 “학원 강사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전화해 아이의 성적이나 학원 생활에 대해 얘기해준다”며 “강사한테 평소 불만도 얘기하고 피드백도 받기 때문에 학원 쪽에 더 믿음이 간다”고 밝혔다. 고교생 김모(18)군은 “학교 선생님과는 의사 소통이 힘든 데 반해 학원에서는 상담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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