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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대남공작 전면에 나선 북한 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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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먼저 공작기구를 아우르는 통합조직으로 군 정찰총국이 등장한 것은 대남 공작활동 전면에 군부가 나선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런 조치를 통해 대남 공작업무의 일원화를 꾀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대남 공작활동은 노동당과 군부로 분리돼 있었다. 노동당 내에도 작전부와 35호실로 나뉘어 업무중복과 충성경쟁으로 인한 비효율이 문제가 됐다는 게 고위 탈북인사들의 증언이다. 이를 극복하려고 ‘국방위원회→인민무력부→정찰총국’으로 이어지는 대남 공작활동 지휘체계 개편이 단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 위원장→김영춘 인민무력부장→김영철 정찰총국장으로 연결되는 단선적 대남 공작 지휘체계가 수립된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김 위원장이 김영철 총국장에게 직접 지휘하는 체계의 가동도 가능하다. 획일적이고 신속·강력한 공작활동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북한의 대남 공작활동이 과거 ‘정치 논리’ 중심에서 ‘군사 논리’ 쪽으로 이동한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김영철은 2008년 12월에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150명을 불러모아 공단폐쇄를 위협했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정찰총국장으로 임명된 건 군부가 대남 공작을 군사적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군대를 앞세우는 이른바 선군정치가 대남파트에도 적용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대남 비난과 함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 등 군사위협을 배합한 공세를 취해온 것도 군부 주도의 대남라인 구축에 따른 움직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향후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북한 군부 주도의 군사회담을 축으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란 판단도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단행한 화폐개혁 후유증과 겨울철 식량난으로 뒤숭숭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를 중심으로 한 전문관료들이 수세에 몰리고 군부가 더욱 힘을 받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군부 주도의 대남 공작 시스템 구축에 대응해 우리 정부 관련 부처도 치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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