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까치 '유해 조수'로 낙인 찍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는 속설이 사라지려나-.

옛부터 길조(吉鳥)로 여겨져온 까치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유해 조수' 로 낙인찍혀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한때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 지방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고르는 일에 앞다퉈 나선 적이 있다.

1980년대에 서울.대전.충북.강릉.고성 등 무려 88개 지방자치단체가 까치를 시조(市鳥).도조(道鳥).군조(郡鳥)로 지정했다.

그러나 최근 대구시 북구청.충주시 등 8개 지자체가 비둘기.원앙.파랑새.백로 등으로 바꾸었다.

또 강릉시도 8일 시조를 까치가 아닌 다른 새로 정하기로 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오는 2월까지 공모에 나섰다.

강릉시는 85년부터 까치를 시 상징물로 보호해왔다. 강원도 고성군의 경우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시조인 까치를 포획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 는 요청을 받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까치가 이처럼 달갑쟎게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부터. 사실 까치는 사냥꾼들조차 액이 낀다며 함부로 잡지 않았다.

그러나 농작물을 갉아먹고 전봇대에 집을 지어 전기사고를 내는 등 피해가 부각되면서 산림청(94년)에 이어 지난해 환경청까지 유해조수로 지정했다.

특히 몇년전부터 '까치와의 전쟁' 을 치르고 있는 한국전력은 지난해 1년동안 고성군에서 발생한 전력사고 68건중 절반 이상인 35건이 까치 때문이란 통계까지 들이밀며 시조새가 까치인 고성군에 포획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아침에 까치가 울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여전하지만 정부에서 유해조수로까지 지정한 마당에 계속 시 상징물로 고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강릉시는 2월말까지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kangnung.ne.kr)나 서면을 통해 시민들의 추천을 받아, 시민투표 등을 거쳐 6월까지 새로운 시조를 확정키로 했다.

강릉〓홍창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