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돌을 쥔 두 남자 생애 363번째로 싸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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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제 한국 바둑사에 큰 획을 그었던 15년 ‘조(曺)-서(徐) 시대’는 아득히 멀어졌고 조훈현-서봉수는 더 이상 우승 후보도 아니지만 올드 팬들은 지금도 이들이 대국을 벌이면 가슴이 뛴다. 동료 프로기사들은 역사상 가장 무서운 승부사로 조훈현을, 가장 질기고 생명력 강한 승부사로 서봉수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조-서가 363번째 만나는 무대는 22일 열리는 11회 맥심커피배입신최강전 8강전. 준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일전을 벌이게 됐다. 본격 기전에선 2008년 3월 이후 2년 만의 만남이다. 두 사람의 대국은 점점 뜸해지고 있다. 바둑은 50대 후반의 나이로 살아남기엔 너무도 힘든 땅. 조훈현-서봉수니까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조훈현-서봉수가 공식 대국에서 처음 만난 것은 37년 전인 1973년 3월 백남배라는 지금은 없어진 대회에서다. 양쪽 모두 만 20세의 젊은 나이였다.

이후 조훈현의 일인 독주 시대가 펼쳐지는데 유일하게 도전해온 인물이 서봉수였다. 조훈현은 서봉수와의 대결에서 362전 243승119패를 거뒀다. 3판 중 두 판을 이겼으니 5번기인 결승전에선 거의 다 승리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 열세를 딛고 서봉수는 간헐적으로 조훈현을 격파하며 우승컵을 따냈다. 그 끈질긴 투혼을 높이 사 75~90년의 조훈현 시대를 ‘조-서 시대’라고도 부르게 된 것이다.

맥심커피배 8강전은 최철한 9단 대 원성진 9단, 이창호 9단 대 강동윤 9단, 유창혁 9단 대 박영훈 9단의 대결로 짜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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