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숫자식(디지털) 영화'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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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할리우드 등 세계 영화계가 디지털 영화의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북한도 이에 흥미를 나타내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 예술전문잡지 '조선예술' 최근호는 두차례에 걸쳐 '숫자식(디지털)영화의 출현' '숫자식 영사기술의 도입' 등을 게재, 해외의 신조류를 자세히 소개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영화제작에 대한 관심을 감안할 때 이런 글이 예술잡지에 게재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북한도 디지털 영화제작에 착수할 뜻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잡지는 디지털 영화가 기존 셀룰로이드 필름 대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기 때문에 제작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완성된 영화를 극장 상영용으로 복사할 경우 30㎏의 필름에 2천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디지털 제작은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영화필름 복사는 품도 많이 들고 운반.보관비도 많이 들며 마모.손상이 쉽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비해 디지털 영화는 영화촬영소에서 영화관까지 디지털로 전송할 수 있고 인터넷.위성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전송.방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스포츠중계.공연실황 등을 디지털로 촬영, 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있다.

조선예술은 디지털 영화의 화면 색조가 부분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2~5년 내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등지에서 디지털 영화가 초점이 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 4년전부터며 '스타워즈 에피소드 Ⅰ' '매트릭스' 등 최신판 SF영화가 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 충무로에서도 지난해부터 비로소 디지털 영화제작에 착수했고 지금 10여편이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세계적으로도 시작단계에 불과한 디지털 영화제작 및 영사기술을 도입하려는 것은 해외의 첨단 과학기술을 도입하려는 최근의 정책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또한 북한에서 주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오락수단이자 노동당의 강력한 선전수단이 영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머지않아 북한 영화산업에서 변화의 물결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수석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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