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핍보핍 보핍보핍 … 바빠도 아파도 신난다는 티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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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핍보핍’으로 걸그룹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 티아라. 스스로를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온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지연·큐리·소연·은정·효민·보람. [코어콘텐츠미디어 제공]

발랄한 줄만 알았다. 왜? 걸그룹이니까. 햇살 같은 미소에 상큼한 멜로디, 남심(男心)을 마구 건드리는 춤사위…. 여기에 어떤 그늘이 끼어들 수 있을까. 그룹 ‘티아라’를 만나러 가는 길. 그저 깔깔대는 소녀들의 웃음소리나 듣고 오겠거니 했다. 하지만 기대는 우려로, 우려는 이내 걱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들은 새벽 다섯 시까지 ‘티아라 닷컴(온게임넷 수요일 밤 9시)’ 녹화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티아라가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는 내용의 방송이라고 한다. 가수도 벅차건만 무슨 사업까지 하나, 싶었지만 그들은 “새로운 일은 늘 즐겁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웃음 사이에 묻어나는 피로감은 아무래도 감추기 힘들어 보였다. 효민(21)은 아예 엎드린 채 아슬아슬 대답을 이어갔다. 식은 땀이 나고 배가 아픈 상태였다. 소연(23)은 신종 플루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였다. 보람(24)·은정(22)·큐리(24)도 슬쩍슬쩍 하품을 섞어가며 인터뷰에 응했다. KBS 드라마 ‘공부의 신’에 출연 중인 지연(17)은 일정이 빡빡해 별도 전화통화를 했다.

정규 1집 ‘보핍보핍’이 대박을 터뜨리며 걸그룹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티아라. 데뷔 7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성장한 그룹답게 사나운 일정을 소화하느라 퍽 지쳐 보였다. 그래도 이제 막 정상 자리를 넘보기 시작한 이들, “몸은 힘들어도 이렇게 신나고 즐거웠던 때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긴 ‘아이돌(idol) 고시’라 불릴 정도로 험난한 데뷔 과정을 너끈히 치러낸 자부심이 어지간할까.

“첫 방송(2009년 7월 29일) 한 달쯤 전에 팀이 꾸려졌어요. 초스피드로 곡을 받고 안무 연습까지 마쳤죠. 이렇게 빨리 관심을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은정)

특이하게도 이들의 첫 방송은 예능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스타’였다. “방송국이 너무 신기했다”(소연)고 회고할 정도로 ‘완전 초보’였던 시절이다. 첫 싱글 ‘거짓말’을 들고 첫 무대(엠넷 ‘엠카운트다운’)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입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 했는데, 검색어에 ‘티아라 립싱크’가 올라 눈물을 훔쳤단다.

“너무 준비 없이 시작했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죠.”(큐리)

하지만 데뷔 때 실수는 오히려 약이 됐다. “합숙을 하면서 팀워크도 단단해졌고 티아라만의 색깔이 분명해졌다”(효민)고 했다. 하긴 요새 아이돌이 어디 가수에만 머물던가. 이들은 각종 예능 프로에 얼굴을 내밀면서 잘 나가는 걸그룹 대열에 합류했다. 지연은 MBC 드라마 ‘혼’, KBS ‘공부의 신’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무대에 자주 못 서서 아쉽지만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티아라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랬다. 예능·드라마 등에서 이름을 알렸던 이들, 올 초 가요 순위 프로그램(KBS2 ‘뮤직뱅크’)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보핍보핍’이 반복되는 중독성 짙은 멜로디에 양팔을 앙증맞게 흔드는 ‘고양이 춤’ 덕분이다. 1위 소식에 여섯 멤버 모두 눈을 못 뜰 정도로 울었다고 했다. 내친김에 26일엔 1집 앨범에 신곡 2개를 추가한 리패키지 앨범 ‘브레이킹 하트(Braking Heart)’를 내놓는다. “기존의 깜찍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강렬한 리듬을 선보이겠다”(보람)고 했다.

바야흐로 아이돌 춘추 전국 시대. 라이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런 질문 지겹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데뷔한지 7개월밖에 안 돼서 아직도 다른 아이돌 그룹을 보면 신기하고 멋있어요. 인기그룹의 고민? 그런 거 몰라요. 무조건 신나게 배워야죠”(소연)라고 했다.

고민마저 즐겁다는 이들, 기억하시라. 티아라다. 그들의 이름처럼 ‘작은 왕관(tiara)’을 올려 쓴, 올 한해 가요계 최대 기대주 가운데 하나다.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