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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고향길 내손으로"…경의선 복원 손문영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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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새해 하반기에는 남북연결 철도가 힘차게 달릴 겁니다. "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의 문산~장단 12㎞ 경의선 연결공사 현장에서 새해를 맞는 손문영(孫文榮.50.현대건설 부장.사진)건설현장소장의 자신있는 한마디다.

"9월이면 50년 동안 끊겼던 철로가 이어집니다.서울을 출발한 기차가 임진각에 멈춰서지 않고 힘찬 기적소리를 내며 장단을 지나 개성까지 내달리게 되는 거지요. "

임진각에는 두툼히 쌓인 눈과 매서운 강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孫소장과 2백50여명의 근로자들은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역사적 작업을 한다는 자부심에 추운 날씨를 딛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孫소장은 당초 현장소장을 맡았다는 사실이 한동안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고향가는 길을 자신의 손으로 닦을 수 있게 됐다는 감격 때문이었다.

孫소장의 부친 호일(虎逸.78)씨는 함남 북청군이 고향인 실향민이다. 1951년 1.4후퇴 때 부친은 생후 7개월된 孫소장과 아내를 데리고 월남했다.

이후 부친은 북녘땅이 저만큼 보이는 실향민 거주촌인 강원도 속초시 '아바이 마을' 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이다. 부친은 지난 두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때 북쪽에 두고 온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상봉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孫소장은 "아버님께 남북철로 연결공사 현장소장을 맡았다고 말씀드렸더니 감격에 겨워하셨다" 고 말했다. "네가 자랑스럽다. 역사적인 공사니 정성을 다하라" 는 격려를 들었다고 한다.

이런 격려에 힘입어 孫소장은 지난해 9월 18일 기공식 이후 단 하루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연말.연초에도 군사분계선 남쪽 노반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임진각에서 개성까지 10분이면 가는 철도를 닦는다는 생각에 피로도 잊는다.

孫소장은 "새해에는 고향에 가고 싶은 실향민들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며 "아버님을 모시고 개성에서 철도로 10여시간 거리인 북청까지 갈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닦은 철도가 신의주를 거쳐 러시아를 지나 멀리 유럽까지 뻗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소망했다.

철로 12㎞를 건설하는 데는 보통 3년 가까이 걸린다. 하지만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설계.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특수공법을 도입, 현재 시공률이 40%에 달한다.

임진각=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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