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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아쉬움 남긴 스포츠 순간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부상과 불운으로 좌절했던 기억은 영광과 환희의 순간 만큼 오래 남는다. 다사다난했던 2000년 스포츠에도 명암이 엇갈렸다. 올해 아쉬웠던 순간을 돌아본다.

▶ '봉달이' 넘어지다〓2000년 2월 도쿄 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상승세를 탄 이봉주(30.삼성전자)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2시간6분대 진입과 함께 첫 금메달을 노렸다.

그러나 선두그룹에서 달리던 이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19.2㎞ 지점에서 케네스 체류이요트(케냐)에게 걸려 넘어진 이봉주는 결국 24위에 그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 '부상만 아니었다면' 〓김인섭(27.삼성생명)은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8㎏급에서 갈비뼈 골절 부상을 딛고 은메달을 따냈다.

두 차례 재경기 끝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진통제를 맞아가며 경기에 출전한 투혼은 금메달감이었다.

올림픽 전까지 세계대회 45연승을 달린 데다 AP.CNN 등 외국 언론이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았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야속한 끝내기 홈런〓현지 시간으로 밤 12시가 넘도록 계속됐던 한국과 미국의 시드니올림픽 야구 준결승전. 2 - 2로 맞선 9회말, 비로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어깨가 식었던 한국의 박석진은 경기가 재개된 뒤 첫 타자 더그 미엔키위츠에게 끝내기 솔로홈런을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올림픽 금메달까지 노릴 수 있던 한국 야구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보기로 변한 버디〓US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날인 7월 23일 8번홀. 김미현(24)은 선두 캐리 웹(26.호주)을 한 타차로 바짝 뒤쫓았다.

그러나 김은 약 63m 거리에서 벙커 앞 핀을 직접 공략하다 불과 50㎝ 차이로 공을 벙커에 빠뜨려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친 김은 "8번홀에서 웹과 2타 차인 줄 잘못 알고 버디를 노리다 경기를 망쳤다" 고 아쉬워했다.

▶위기의 한국축구〓국가대표.올림픽대표.청소년대표가 9월부터 11월까지 차례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8강 진출을 노리던 시드니 올림픽(9월)에서는 스페인에 0 - 3으로 완패한 뒤 모로코와 칠레를 꺾고 2승1패를 거뒀지만 골 득실차로 예선탈락했다.

아시안컵(10월)에서도 한국은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해 '아시아의 종이 호랑이' 로 전락했으며, 아시아청소년선수권(11월)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청소년팀은 예선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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