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긴 은행파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금융권 총파업이 금융노조의 파업 유보 선언으로 무산됨에 따라 세밑의 금융 혼란도 일단 가라앉았다.

국민·주택은행도 파업 돌입 1주일만에 영업이 정상화될 전망이다.두 은행의 합병을 전제로한 실무협상이 개시되고,금융지주회사를 통한 부실은행 통폐합 등 금융구조조정작업도 힘을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업과정에서 두 은행 노사간에 쌓인 감정과 총파업 실패로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은 금융노조 내부의 갈등 등이 겹쳐 당분간 여진은 남아 있을 전망이다.

◇ 금융권 총파업 불발=금융노조는 27일 저녁까지만 해도 조합원들의 파업 찬반투표에서 70%대의 찬성률이 나올 것을 자신하며 "파업 강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조흥·한빛·신한·하나·평화 등 투표가 완료된 7개 은행의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찬성률이 극히 미미한데다 나머지 은행에서는 찬반투표 조차 제대로 실시되지 않자 28일 파업 철회 결정을 내리게 됐다.

한빛은행의 한 노조원은 "조합원 상당수가 명분없는 파업에 대해 비판적인 분위기라 지난 7월 총파업 때와 달리 찬성률이 저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총파업 불발에 따라 이용득 위원장 등 현 금융노조 지도부의 총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29일엔 영업정상화 전망=국민·주택은행은 28일 오후2시까지만해도 각각 3백32개(전체 점포의 55.9%),4백98개(93%)의 점포를 여는데 그쳤다.그나마 업무중 일부만을 취급해 고객들의 불편은 여전했다.그러나 노조원들의 복귀로 오늘부터는 정상영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파업과정에서 쌓인 노사간의 감정과 징계문제 등이 지뢰처럼 깔려있다는 점이다.특히 주택은행에 비해 국민은행 노사간의 갈등이 큰 편이어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이로인해 영업정상화 이후 적절한 시점에 경영진을 개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합병협상 산넘어 산=금융노조는 업무 복귀의 전제로 향후 6개월간의 합병과정을 노사간 협상을 거쳐 추진해야한다는 단서를 붙였다.두 은행은 그간 합병비율 및 통합은행 명칭 등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왔는데,노조까지 가세함에따라 협상과정에 혹을 하나 더 붙이게 된 셈이다.

28일엔 두 은행의 은행장들까지 나서서 “국민은행보다 먼저 영업 정상화를 해야 확실한 합병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김정태 주택은행장)“파업 때 직원들이 보여준 단결력으로 합병과정을 유리하게 이끌자”(김상훈 국민은행장)며 신경전을 벌였다.합병이 성사되기까지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예리·김원배·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