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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국방장관 지명놓고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국방장관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화제다.

국방문제는 선거 때 부시 캠프의 핵심 전략이었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부시 당선자는 어느 각료보다 먼저 국방장관을 선보여야 한다.

그러나 마냥 늦어지고 있다. 부시 당선자는 의회를 상대할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찾는다. 외교안보팀 3대 요직 중 두곳을 차지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의회 경험이 없어서다.

그러려면 상원의원 출신이 적격인데 상원의석은 공화 대 민주가 50 대 50이어서 현직 의원을 빼면 과반수를 민주당에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1순위로 꼽힌 인물이 댄 코츠 전 상원의원(공화당.인디애나)이다. 변호사 출신인 코츠는 1998년까지 상원 군사위원회에 있었다. 부시 당선자는 지난주 코츠 전 의원을 30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코츠는 얌전히 면접시험을 치른 게 아니라 의문점들을 서슴없이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만약 국방장관이 된다면 정책 결정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보다 하위에 놓이게 되느냐" 고 물었다.

부시 당선자는 "국방장관은 국무장관과 똑같은 위상을 갖게 된다" 고 답했다. 면접은 매끄럽지 못했고 국방장관 임명 발표는 미뤄졌다.

하지만 코츠가 제기한 문제는 핵심을 찌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방 분야에 관한 한 부시 주변에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튼튼한 벽을 쌓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와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파월은 각각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지냈다. 국방 부장관이 될 수 있는 리처드 아미티지도 국방차관보 출신이다.

만약 비 국방부 출신이 국방장관이 되면 이런 국방 전문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그저 '무늬만 장관' 행세를 하게 될지 모른다는 분석이 있다. 코츠는 이 점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코츠 외에 걸프전 당시 국방차관이었던 폴 울포위츠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과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 등이 국방장관 후보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대 의회 대처능력에서 결점이 있어 국방장관 임명을 둘러싼 부시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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