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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센터서 '신년맞이-세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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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유난히 힘들고 곡절이 많았던 한해가 가고있다. 새해를 맞는 민초들의 바램은 단순하다. 살기가 좀 나아졌으면, 집안에 병나는 사람이나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는 상대방 뿐 아니라 자기자신을 향한 바램이기도 하다. 이같은 덕담이 세화(歲畵)에 담겨있다.

세화는 해가 바뀌는 때에 다복과 평안, 장수를 비는 덕담을 담은 그림. 조상들은 신년초에 세화를 선물하거나, 하나 장만해 집안에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다.

세화의 옛것과 새것을 아울러 전시하는 대형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새해를 맞는 느낌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신년맞이-세화전' (내년 1월28일까지)이다.

제1, 2 전시장에서는 현재 활동중인 중진 작가 25명이 나름대로 현대화한 세화를 보여주고 있다.

고영훈.김남용.김동우.김봉태.김종학.김호석.유민자.박대성.박영남.박은선.박인경.박항률.사석원.송수남.신명범.안종대.윤명로.이강소.이만익.이영배.이영학.이왈동.임옥상.전병현.홍성담 등의 회화 23점, 조각 3점과 설치 1점이다.

작품들은 옛 세화들이 담고있던 다복과 풍요, 평안의 정신을 요즘 시대에 맞춰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사석원씨의 활짝 웃는 까치호랑이 조각이 관객을 반긴다. 화를 쫓고 복을 부르는 민화의 그림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고영훈씨의 '정안수(家和事成)' 는 집안이 화목하고 잘되기를 정화수 떠놓고 비는 심정으로 표현했다.

송수남씨의 '새해 아침' 은 새해의 아침 해를 향해 가슴에 품는 기대와 기원을 느낄 수 있게하는 추상화다.

이강소씨의 'From a sea' 는 바다와 새로 솟는 해, 거기에 담는 희망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

류민자씨의 '풍요' 는 색색의 과일이 빽빽히 열려있는 나무를 통해 풍요로움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박항률씨는 소년이 연꽃을 바라보고 있는 '응시' 를 통해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마음을 전해준다.

이왈종씨는 새로 뜬 해와 겨울에 피는 매화등을 배경으로 집안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의 생활을 그렸다.

'제주생활속의 중도' 는 새해에 편안한 생활을 꿈꾸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전시장에서는 우리 고미술품 중에서 세화와 관련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까치 호랑이는 삼재를 막는 부적같은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던 생활화다. 산신인 호랑이가 전령인 까치로부터 신탁을 받고있는 장면을 담고있다.

새해에 대문앞에 걸리는 까치호랑이 그림은 신년에 기쁜 소식만 있으라는 기원을 담는 세화가 된다.

삼재소멸부목판은 머리 셋 달린 매가 삼재 귀신을 잡아먹는다는 내용의 부적을 찍는 목판이다. 목판 테두리에는 귀신과 독, 병을 막는 벽사의 뜻을 담은 글자를 새겨넣고 있다.

십장생도는 주로 대청의 북쪽에 놓고 가족의 부귀와 장수를 비는 도교적 병풍화이다. 책거리그림은 책더미를 중심으로 여러 장식물을 놓은 정물화다.

글자와 그림이 결합된 문자도는 글자 획속에 그 내용에 해당하는 옛 일화를 그려넣는 형태가 가장 많다.

시전지(詩箋紙)는 수복(壽福)같은 문자를 도안하거나 동식물, 사군자, 산수화 등을 새겨넣은 요즘으로 말하면 꽃편지지이다.

새해에는 시전지위에 상대의 복을 비는 시나 새해인사를 적어 서찰을 보냈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시전지판을 볼 수 있다.

가나측은"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세화가 요즘 시대의 바램과 생활을 담아내어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오늘날의 생활화(生活畵)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02-720-102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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