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하자 분쟁, 정부서 조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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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파트·연립주택 입주자와 시공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택하자 보수 분쟁의 조정에 정부가 직접 나선다. 하자 분쟁으로 인한 소송이 해마다 크게 늘자 정부가 분쟁의 조기 매듭을 짓기 위해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2004년 78건이던 하자 관련 소송은 2008년엔 290건으로 370% 늘었다.

국토해양부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16일 “공동주택의 하자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하자심사분쟁조정제도를 도입,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국토부에 주택토지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업계·학계·법조계에서 선임한 13명의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석한다.

위원회는 입주자와 사업 주체, 보증회사 등이 하자 여부에 대한 판정을 의뢰하면 건설기술연구원·시설안전기술공단 등 안전진단 기관의 현장 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하자 여부를 판정한다. 위원회는 조정 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내에 조정안을 마련해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입주자나 시공사는 이를 검토한 뒤 15일 내에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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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조정에 필요한 감정·진단·시험 비용은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위원회가 부담 비율을 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의 의원 발의로 국회에 계류된 상태”라며 “관련법이 통과되는 대로 사무국을 설치해 구체적인 실무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 과정과 하위 법령 구축 등을 감안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국토부는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하자 분쟁 조정 업무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제도가 활성화되면 일부 변호사와 안전진단 업체 주도로 제기되는 악의적인 법정 소송이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 건설업체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엔알 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은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라도 하자 발생 시 즉각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금이 달리는 중소업체는 하자를 인정할 경우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하자 판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채창우 박사는 “기술적인 전문성만으로 판단하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적 파장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분쟁 발생 시 적정한 선에서 타협안을 제시해왔다”며 “책임 있는 정부 기관이 중재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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