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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 야생화 심으며 자연사랑 저절로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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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16일 가족과 함께 서울 방배동 우면산을 찾은 봉사단원들이 등산로에 야생화를 심고 있다. 김상선 기자

중앙일보와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제11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가 이웃사랑과 나눔의 봉사 물결로 전국을 수놓으며 1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봉사로 하나 되는 희망 한국'을 주제로 11일부터 1주일간 계속된 이번 대축제에는 7000여팀, 150만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봉사활동 보고서를 29일까지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ngo.joongang.co.kr)에 제출해야 한다. 시상식은 12월 14일. 한편 대축제의 일환으로 '자원봉사진흥법 제정을 위한 100인 전문가 초청포럼'이 15~16일 강원도 오색그린야드호텔에서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중턱. 가을이 내려앉은 산길에 노루오줌.돌단풍.우산나물 등 낯선 이름의 우리 야생화가 피어 있다.

지난봄 서초구청이 심은 것들이다. 사람의 손길이 뜸한 이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빨간 조끼를 입고 산을 올라온 초.중.고생 25명과 어머니 15명 등 모두 40여명의 '서초구 가족봉사단'이다. 이들은 한 손엔 모종삽을, 다른 한 손에는 '꿩의 비름'등 야생화 모종을 갖고 왔다.

"우리 산에는 우리 꽃이 있어야 생태환경이 안정됩니다." 봉사단 주유경(44.여)단장의 말이다. 산을 오를 땐 힘들다고 투덜대던 아이들도 주 단장이 꽃을 가꾸는 방법을 설명하자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단원들은 주 단장의 지도에 따라 삽으로 흙을 고르고, 시든 꽃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또 새로 가져온 모종을 심었다. 김영현(9.초등 2년)군은 "산을 오를 땐 너무 힘들었는데 예쁜 꽃을 심으니까 신난다"며 활짝 웃었다.

서초구 가족봉사단은 지난 5월 만들어졌다. 서초구에 사는 30개 가정의 80여명이 단원이다. 이들의 관심은 이웃과 자연. 그동안 시설보호 시설에 수용된 장애아들을 한 달에 한 번 각자의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와 함께 야생화 '산국'을 심던 정윤지(16.고1)양은 "내가 심은 작은 야생화가 이렇게 큰 산을 살린다니…"라며 뿌듯해했다.정양의 어머니 이희진(45)씨는 "야생화 가꾸기를 통해 환경보호의 가치를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현네 가족'이라는 이름이 달린 한 평짜리 '꿩의비름' 꽃밭을 맡게 된 영현이 어머니 박명주(36)씨는 "팻말을 본 아이들이 자기 야생화라는 생각에 '더 예쁘게 가꾸겠다'고 한다"며 흐뭇해 했다.

정강현 기자 <foneo@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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