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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인류의 조상 ‘루시’를 찾아서(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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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조상인 루시는 원숭이와 고릴라에 가깝다. DNA족보로 볼 때 루시는 인간의 조상이다.

어머니의 어머니, 또 할머니의 할머니를 찾는다는 것은 어렵다. 인류 최초의 어머니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나 과학의 DNA로 할머니를 찾을 수가 있다. 이브를 찾을 수가 있다.

성경의 ‘아담과 이브’에서 이브는 최초의 할머니다. 그러나 유대교 신화에서 이브는 아담의 두 번째 아내다. 아담의 첫 번째 아내는 릴리스다.

그녀는 남편 아담이 다른 여자에게 눈을 주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녀도 다른 남자들을 좋아하면서 바람을 피웠다. 질투가 많아 창조주가 이혼시켰다.

그녀는 뿔이 나 황야에서 어린애를 유혹해서 그 피를 빨아 먹으면서 만족을 느꼈다. 뱀파이어와 드라큘라가 이렇게 탄생했다. 피에 굶주린 악마들의 조상은 아담에게 바람 맞은 릴리스다.

이디오피아 제국은 있었나?

가난에 찌든 나라 이디오피아가 ‘이디오피아 제국’을 선전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섰다. 그들의 주장은 “인류의 조상은 이디오피아에서 발원했으며, 이디오피아는 당시 아프리카를 비롯해 지중해 모든 곳을 통치했다”는 이야기다.

이디오피아의 한 삼각주에서 수백 만년이 된 현생인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골이 발견됐기 때문에 그럴 만도 하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됐고, 아프리카 가운데서도 가난에 찌든 이디오피아에서 시작됐다.

미국, 영국, 그리고 유럽은 아무것도 아니다. 4대문명의 중국, 인도, 이집트,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상징인 이라크도 아무것도 아니다.

하물며 4천 년의 역사에 불과한 아담과 이브의 성경의 역사는 수십 만년에 이르는 이디오피아의 유골의 역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권투에서 잽도 안 된다.

아프리카 기원설이 정설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큰 두 가지 설은 창조설과 진화설이다. 창조설은 빼자. 그러나 진화설에도 인류 발생에 대한 두 가지 설이 있다. 아프리카 기원설과 대륙 동시 발생설이다.

대륙 동시발생설은 각 인종이 각 대륙에서 기후와 환경에 따라 각자 발생했다는 설로 유럽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이다.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

이에 반해 아프리카 발생설은 인류는 아프리카 에서 진화에서 각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는 주장이다.

처음 두 학설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초기 인류화석의 발견과 유전학의 발달로 아프리카 발생설이 정설화 됐다.

유전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모계로 이어지는 미트콘드리아를 추적해본 결과 인류의 공동 조상은 아프리카, 그것도 이디오피아에서 출현했다는 이야기다.

인류학자들은 그 최초의 조상, 그러니까 최초의 어머니인 이브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의 첫 어머니인 이브는 약 250만년 전에 살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화석 ‘루시(Lucy)’다.

1974년 고고학자들은 노래를 들으면서 루시를 찾았다. 비틀스의 노래 ‘다이아몬드와 함께 있는 하늘의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에서 따온 이름이 루시다.

루시는 원숭이나 고릴라에 가깝다. 닮았다는 차원에서는 네안데르탈인만큼도 못하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이다.

얄궂은 표현으로 루시는 온 몸에 털도 나고 무식한 원숭이에 가깝지만 우리의 조상이다. 왜냐하면 DNA족보가 같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할머니… 한참 할머니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