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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립 교환학생

중앙일보

입력

“3년 전 미국 교환학생 경험이 진로방향 바꿨죠.” 올해 한국해양대를 졸업하는 김겸원(해사수송과학부 4)군은 취업난이 남의 일 같다. 졸업과 동시에 학교가 배정하는 선박에 근무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3년이상 근무를 마치면 군복무도 특례로 면제된다. 3년 뒤엔 UN산하 국제 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군이 이처럼 장래 목표를 세계로 넓히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미국공립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방문해 ‘미국사’를 공부하고 나서다.

UN국제기구 취업 목표…국제적 시야 넓혀

그는 “미국역사상 해군장교출신의 대통령이 많고 바다와 관련된 진로가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고교 때 한국에만 있었다면 남들처럼 수능성적에 따라 학과를 정해 이맘때 방황했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그전까지는 대학을 졸업하면 막연하게 공무원이나 고시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졌다.

교환학생 시절에 쌓은 영어실력은 대학에서의 학점관리에도 유용했다. 영어와 관련된 수업에서 대부분 A+를 취득했다. 번역본으로 이뤄지는 수업은 원서를 미리 읽어 남들보다 빨리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주위 선후배의 자기소개서를 영문으로 작성하거나 회화연습을 도와주면서 인간관계도 돈독해졌다”며 “고교 때 다녀온 1년간의 교환학생 경험이 삶의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 4개 대학 포함해 국내 명문대 합격하기도

미국 교환학생 경험은 명문대 합격의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올해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부 입학 예정인 김예솔(21·분당 서현고 졸업)씨는 수능성적 없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경희대 국제학부에도 동시 합격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인디아나 대학을 포함, 4개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고1때 많은 스트레스로 공부의 관심을 잃었었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새 마음가짐으로 시작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1년간 미국 공립학교에서 공부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부모님이 권해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경험한 미국 고등학교는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엔 또래 한국친구들과 비슷한 영어실력으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실력을 쌓아 나가는 과정 자체가 신나고 재미있었다. “과목별 선생님들이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학교수업시간이 끝난 후에도 정성껏 설명해주셨어요. 영어선생님은 주말내내 이메일로 에세이를 계속 첨삭해주신 적도 있고요.” 날마다 향상되는 성적을 보는 재미에 애초 1년간 계획했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2년 6개월을 더 미국에 머물러 고교 정규수업을 받았다.

그는 미국 교환학생 경험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로 자립심을 꼽았다. 형제자매 없이 외동인 자신이 한국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놀랄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각종 입학설명회와 대학방문부터 대입원서작성까지 거의 모두 제 힘으로 했어요. 예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죠. 부모님도 걱정만 하시지 않고 지켜봐주시는 것이 느껴져요.” 김씨는 “해외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물론, 국내 대학을 꿈꾸는 학생도 꼭 한번 해볼만한 경험으로 추천한다”면서도 “미국 학기제도가 국내와 다르므로 국내 입시를 목표로 한다면 중간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꼭 미리 복학과 관련된 기간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떠날 것”을 조언했다.

[사진설명]김겸원군은 “해사법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다고 생각되는 영국 Law School에 진학해 IMO에 들어가기 위한 경력쌓기에 힘쓸 생각”이라고 장래 계획을 밝혔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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