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 쇠는 동안 … 세계 경제 3대 변수 돌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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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빚 조정 꼬이고
채권단과 협상 난항 … 부도 위험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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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발 여진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빚 갚는 걸 미루겠다고 선언했는데 언제, 어떻게 갚을지를 두고 협상이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도가 날 우려도 커졌다.

영국의 피터 맨덜슨 상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두바이월드의 채무 구조조정 시한이 지났다”고 말했다. 영국은 두바이의 최대 채권국이고, 두바이월드는 채무 유예 선언을 한 두바이의 국영기업이다. 채권단은 두바이 측과 600억 달러의 채무 중 220억 달러에 대한 상환조건 조정 협상을 해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두바이 측은 이자 없이 채권의 60%만 상환하고, 이마저도 7년에 걸쳐 갚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이 알려지면서 두바이 증시는 14일 3.5% 하락했다. 재무사정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크게 올랐다. 12일 두바이 5년물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0.46%포인트 오른 6.31%포인트였다. 부도 가능성이 지불 유예 선언 직후인 지난해 11월 27일(6.30%포인트)보다 더 커진 것이다.


중국은 돈줄 더 조이고
지급준비율 1월 이어 다시 0.5%P 올려

중국 쓰촨성 쑤이닝시의 한 은행에서 13일 고객이 위안화를 세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25일부터 0.5%포인트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다시 세계 경제의 ‘폭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돈줄을 더 조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미국·유럽 증시와 유가는 동반 하락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2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25일부터 0.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에 이어 한 달 새 두 번째다. 지난달 지준율 인상이 19개월 만인 것을 감안하면 긴축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로써 중국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16.5%, 중소형 은행은 14.5%가 된다.

중국이 지준율을 다시 올린 것은 1월 신규 대출이 1조3900억 위안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의 3배다. 이런 돈은 대부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 거품을 키웠다. 또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4.3% 올라 물가 걱정도 커졌다.

지준율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12일 미국 다우존스지수(-0.44%)와 유럽 각국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도 이날 1.5% 내린 배럴당 74.1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긴축 강화에도 불구하고 골드먼삭스는 15일 중국이 올해 11.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 지원은 얽히고
독일 “공공부문 긴축 안 하면 돈 못 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담을 한 후 연단에 서 있다. 두 사람은 그리스 지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경제에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놓고 유럽연합(EU)이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책임론 공방은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는 유럽 재무장관들이 15일부터 이틀간 회담을 하지만 그리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깐깐한 독일은 그리스에 대해 엄격한 지원 조건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부문 임금 삭감, 부가가치세 1~2% 추가 인상 등이다. 독일 여론조사기관인 엠니드 조사에서 독일 국민의 53%는 “필요하다면 그리스를 유로권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답했다. 67%는 그리스 지원에 부정적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가 독일이 내세운 조건에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 타임스는 월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골드먼삭스 등이 파생상품을 통해 그리스 정부가 빚을 늘릴 수 있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한편 EU는 지난해 4분기 EU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회복세를 보이던 독일은 0%로 성장이 주춤했고, 그리스는 -0.8%였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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