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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 더 좋을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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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Never been better than now)”

지난 2∼4일 서울을 찾았던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기자들이 한·미 관계의 현황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2월 한·미 관계에 대해 “이혼 직전의 왕과 왕비”라고 묘사했던 인물이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도 올 들어 방미한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잇따라 같은 언급을 했다고 한다.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한덕수 주미 대사도 11일 브리핑에서 “현재 한·미 관계는 역대 최상이라는 게 워싱턴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한·중·일 순방 직후 “한국 방문이 가장 좋았다”고 주변에 얘기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런 배경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이명박 대통령의 ‘진솔 외교’가 큰 몫을 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일치된 전언이다. 지난해 11월 19일 청와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이 대통령은 “(내가) 어릴 때는 미국인 선교사가 주는 헌 옷이 그렇게 갖고 싶어 줄을 섰지만 일찌감치 동나 돌아서야 했다”며 “그 어렵던 한국이 오늘날 이렇게 성장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많다지만 수많은 재미 한국 유학생들과 여행수지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쇄된다”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고 한다. 냉랭해진 미·일 관계 등 달라진 동북아 정세가 화제가 된 대목에선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 미국의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외교 소식통은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솔직히 털어놓고 한·미 간 무역수지의 진실을 구체적 수치로 설명하면서 변함없는 우정을 다짐한 이 대통령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강한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관심사인 ‘교육개혁’과 관련, 한국의 상황을 묻자 이 대통령은 “나도 (교육에 열심이셨던) 어머니가 계셨지만 요즘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엄청나다”며 “특히 자녀들의 외국어 학습 향상을 위해 원어민 강사를 더 많이 공급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그에 부응하느라 무척 애를 쓰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과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자녀교육에 발벗고 나선 한국의 교육열에 감동받은 인상이 뚜렷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귀국 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 넘게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추상적인 얘기 대신 자신이 살아온 실화를 바탕으로 진솔하게 대화한 결과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굳게 신뢰하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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