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편법입학의 도덕불감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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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외국민과 외국인 특별전형(특례입학)의 대학 부정입학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정입학자만도 연세.고려대 각 3명, 홍익.동국.이화여대 각 1명 등 9명에 달한다. 전문 브로커가 끼어들었을 가능성도 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선 학부모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걱정된다.

밝혀진 사례로만 보면 특례입학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서류 위조에 대한 점검.감독 기능에 구멍이 뚫려 있는 점이고, 또 하나는 외국 국적을 돈주고 사면 자녀를 편법 입학시킬 수 있게 돼 있는 등 특례입학 기준 자체의 허점이다.

일부는 외국학교 졸업증명서와 출입국사실증명서 등 서류를 가짜 직인까지 버젓이 찍어 위조했다가 적발됐다. 대학들이 짧은 전형기간 때문에 서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맹점을 십분 악용한 것이다.

특히 부모.자녀가 외국 국적인 경우와 외국에서 12년 이상 초.중.고교를 마친 경우는 편법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

이 경우는 통상적 특별전형과 다르다. 즉 외교관.상사주재원 등의 자녀, 외국영주자 자녀의 특별전형은 서로 경쟁하며 학업능력 측정을 위해 면접.실기고사를 치르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국적 소지자 등 앞서의 두 가지 경우는 서류만 제대로 갖추면 별도로 합격할 수 있다. 기본적인 대학수학 능력조차 측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비영어권 나라 등의 국적을 돈주고 사들여 자녀를 편법 입학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 국적 소지자는 12년 외국 교육과정 서류를 위조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대입 제도는 무엇보다 공정성이 생명이다. 제도개혁과 함께 대학들도 서류심사 기간을 늘리는 등 입시 행정을 개선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자녀만 대학에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의 도덕 불감증을 허용해선 결코 안된다.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고 특례입학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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