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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주남저수지 '철새보호'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철새 보호와 농작물 피해보상을 둘러싸고 주남저수지 인근 주민들과 창원시.환경단체 사이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창원시가 최근 맺은 철새 먹이용 농작물 재배계약에서 제외된 창원시 동읍 월잠리를 비롯한 일부 지역 농민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겨울철 휴경하던 농지를 갈아 보리를 심었던 월잠리 농민들은 저수지 인근 농지에 폭음기 설치에 나서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또 일부 지역 농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계획해 파장은 더욱 크질 전망이다.

경남 창원시 동읍 월잠청년회는 최근 보리밭에 날아드는 철새를 쫓기 위해 폭음기 10대를 구입했다.

청년회는 18일 "철새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주지 않으면 곧 폭음기를 설치하겠다" 고 밝혔다. 청년회는 지난 10일 폭음기 1대를 저수지 전망대 앞 논에 설치했었다.

이와앞서 동읍의 판신.동월.가월 등 3개 마을 농민들은 트랙터를 이용,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이지역 18만여 평의 논보리를 파종한 바 있다. 이지역의 보리파종은 "10여년 만에 처음" 이라고 월잠청년회 권영규 회장이 말했다.

權회장은 "철새 보호도 좋지만 농작물 피해를 더이상 보고만 있지 않겠다" 며 "이번에 파종한 보리는 우리 스스로 지켜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청년회원들은 "창원시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동읍.대산면 농민들과 연대해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창원시는 폭음기가 설치되면 조수보호법 위반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주남 저수지에는 까치 등 유해조수가 날아오지 않기 때문에 폭음기 설치는 불법" 이라며 "설치 즉시 철거한뒤 고발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마창 환경운동연합도 철새 보호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도심 가까운 곳에 철새 도래지가 있다는 것은 소중한 재산" 이라며 "농민들의 농작물 보호행위로 철새먹이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새먹이 주기 운동을 벌일 계획" 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또 주남저수지 주변 땅 한 평 사기 등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펼 계획이다. 주남저수지에는 1993년까지 연간 14만여 마리의 철새가 날아왔으나 이후에는 먹이감소 등으로 4만~5만 마리로 줄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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