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처지 허정무·오카다 감독 벼랑 끝 한판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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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쪽은 허정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고 다른 한쪽은 오카다 다케시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이다. 두 사람은 14일 오후 7시15분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동아시아축구선수권 한·일전에서 명예회복을 걸고 한판 승부에 나선다.


◆누가 제물이 될 것인가=역대 한·일전은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56년 한·일전 역사를 통해 14명의 감독이 패배에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한국에서 4명의 감독이 경질됐고 일본은 10명(총 11차례)이 사퇴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이번에도 패하는 감독은 ‘경질’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허 감독은 지난 10일 중국전 0-3 완패로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잠잠했던 ‘허정무 경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마저 무릎 꿇는다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매치 2경기 연속 무득점 등 부진을 이어오던 오카다 감독은 11일 홍콩을 3-0으로 완파하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일본 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본 언론은 ‘한국에 패하면 곧바로 경질될 수 있다’며 오카다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허 감독은 “일본은 정예 선수들이 포진돼 있고 경기력도 좋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우리는 분명 이기기 위해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오카다 감독도 “베스트 멤버를 내보내 꼭 한국을 꺾겠다”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닮은꼴 두 감독=동병상련의 처지이자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허 감독과 오카다 감독. 둘의 축구인생은 묘하게 닮아 있다.

2007년 12월 7일 나란히 한국과 일본 대표팀 감독에 부임했고 무난히 월드컵 본선 티켓을 차지했다. 두 감독은 또 이전에 자국 대표팀을 맡았다가 실패를 맛본 재수생이며 자국의 외국인 감독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지도자다.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후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던 허 감독은 히딩크(네덜란드)-코엘류(포르투갈)-본프레러(네덜란드)-아드보카트(네덜란드)-베어벡(네덜란드)으로 이어진 7년간의 외국인 감독 시대에 마침표를 찍으며 다시 태극호 지휘봉을 잡았다.

오카다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전 전패를 당한 뒤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이후 일본은 2002 한·일 월드컵, 2006 독일 월드컵을 트루시에(프랑스)와 지코(브라질)에게 맡겼고 2010 남아공월드컵호 지휘봉도 보스니아 출신 오심에게 건넸다. 하지만 그가 건강 문제로 물러나자 2003년과 2004년 요코하마 매리너스를 J-리그 챔피언에 등극시킨 오카다가 다시 부름을 받았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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