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감정가 반값에 반지하연립 낙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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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반 지하 연립주택은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상품 중의 하나다. 그러나 반 지하의 가격형성 과정을 들여다 보면 수익이 꽤 나는 상품이란 걸 알게 된다.

반 지하는 건축업자들이 정상층보다 20% 이상 싸게 분양한다. 분양받은 사람도 나중에 팔 때는 분양가보다 낮게 내놓기 일쑤다. 정상 가격에는 거래가 되지 않아서다.

이렇다 보니 반 지하 소유자들은 아예 집을 담보로 제공해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쓰고 사정이 나빠지면 집을 포기한다. 경매시장에서 반 지하 물건이 흔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유찰 횟수도 다른 주택보다 많다. 세차례는 기본이다. 그래서 반 지하 주택은 5천만원 이하의 소액 투자자들에게 적격인 상품이다.

자영업자 정연범(33'.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씨는 지난 2월 5천만원의 퇴직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기로 하고 경매에 관심을 가졌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몇 개 있었으나 경쟁자들이 많아 높은 값에 팔렸다. 시세보다 싼 물건을 구하기 위해 꾸준히 경매공부를 하며 현장을 돌아다녔다.

그러기를 2개월 남짓 지나서 눈에 띄는 물건을 찾았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은평전화국 인근의 반 지하 연립주택이었다.

최초감정가는 6천만원이었으나 3회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2천3백52만원까지 주저앉아 있었다. 세입자가 없고 집주인만 살아 권리관계도 깨끗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 주변 시세를 알아 보니 매매값은 5천만~5천5백만원, 전셋값은 3천5백만원선. 아파트라면 최저입찰가보다 훨씬 더 높게 응찰해야 하지만 반 지하 빌라인 것을 감안해 3백만원만 더 쓰기로 했다.

그러나 입찰장에 가보니 경쟁자가 5명이나 돼 4백30만을 써냈다. 결국 28만원 차이인 2천7백80만원에 낙찰자로 결정됐다.

항고 없이 한달 만에 잔금을 냈다. 이사비.세금.등기비.수리비용 등 4백여만원을 더해 총 3천2백여만원이 들었다. 완전히 내 집으로 만들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鄭씨는 곧바로 현지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았다. 매매(5천5백만원)와 전세(4천만원)를 함께 내놓은지 2주 만에 전세 계약을 했다.

전셋값이 오르던 터여서 내놓은 가격인 4천만원을 다 받을 수 있었다. 3개월 만에 투자금 3천2백만원을 회수하고도 8백만원을 남긴 것.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아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이 곳은 최근 개통한 지하철 6호선 증산역과 가까워 값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성종수 기자

*도움말 : 하나컨설팅(02-347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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